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며 예상대로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명에 나타난 다수의 문구 변화는 2008년 12월 이후 첫 기준금리 인상이 보다 임박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JP모간 펀드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아나스타시아 아마로소는 월스트리트저널(WJS)에 성명의 첫 단락에 포함돼 있는 경기 상황에 대한 연준의 진단에는 "훨씬 강한 표현"이 담겼다면서, 오는 9월 금리 인상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제 활동이 최근 수개월 동안 완만하게(moderately) 확장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서는 "견조한(solid) 일자리 증가가 나타나고 실업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봤다.
연준은 지난 6월 17일 성명에서는 "노동자원의 저활용(underutilization)은 다소(somewhat) 줄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다소"란 표현을 없애 노동시장이 이전보다 개선됐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아울러 연준은 "노동시장에서 추가 개선을 보게 될 때 연방기금 금리의 목표 범위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는데 6월에는 개선(improvement)에 추가(further)라는 수식어만 붙었지만 이번에는 다소간의 추가(some further)라고 해 노동시장 상황에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도이체방크의 전략가 앨런 러스킨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다소(some)"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것은 연준이 금리인상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뜻이라며, "향후 2차례 월간 고용지표가 하락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9월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9월 FOMC는 16~17일 열린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는 9월 금리 인상을 전망하면서 조건으로 "두차례 20만명 이상의 신규고용자가 나오고 시간당 평균 임금이 전년비 2.5% 증가를 향하고 있다는 조짐이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린드세이 그룹의 매니징 디렉터 피터 부크바르는 WSJ에 노동시장에 대한 연준의 진단은 상향 조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성명에서 완만한 변화를 줬기 때문에 9월 금리 인상에 한발 더 다가섰다"면서 "이제는 연준이 실제 행동에 나설지 말지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양한 해석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성명을 통해 연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BTIG의 선임 전략가 댄 그린하우스는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 리포트에서 "연준은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으로 자신들을 내몰지 않았다"지금부터 9월 회의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장은 이날 성명에 대해 전문가들과는 다소 다른 독해를 보였다. CME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9월 금리 가능성은 17%였다가 이날 성명 발표 뒤에는 0%로 떨어졌다. 12월 가능성은 56%에서 57%로 높아졌다. 페드워치는 연방기금 금리 선물계약 건을 이용해 가능성을 추적한다.
시장에서 12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점은 이날 성명 발표 뒤 증시가 상승한 이유 중 하나로 간주된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5.32포인트(0.73%) 상승한 2108.57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121.12포인트(0.69%) 오른 1만7751.39로 마감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전체적으로는 소폭 상승했지만 성명 발표 뒤에는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 투자기업 프랭클린 템플턴의 고정금리 그룹 대표 로저 베이스톤은 뉴욕타임스(NYT)에 "연준이 9월에 무언가는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12월로 늦춘다고 해도 우리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라보방크의 애널리스트들도 9월 금리인상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12월 인상에 좀더 무게를 싣고 있다. FOMC는 경제가 활력을 찾고 있다는 증거를 좀더 보길 원하고 있다"며 9월 회의 전까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제로(0) 수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통화 위원들은 초저금리를 지나치게 오랫 동안 지속하면 2007~2009년 리세션(경기후퇴)를 촉발시킨 부동산 시장에서의 버블과 같은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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