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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미디어의 비극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미디어의 비극
  • 세르주 알리미 | 프랑스판 발행인
  • 승인 2009.10.05 15: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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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izon] 어느 미디어의 죽음
저널리즘은 팽개치고 스펙터클만 좇다 위기 자초
73개국서 발행되는 ‘르 디플로’의 가치 언제까지

상품에 가격이 매겨지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그런 경우 기자는 자신의 기사가 종이에 인쇄돼 트럭으로 신문 배송회사로 운송되거나, 우편으로 정기구독자에게 발송되는 것을 구태여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인터넷 덕택에 기자는 필요할 경우 음성·이미지·참고사항까지 첨가해 순식간에 최저 비용으로 자신의 정보와 분석을 전세계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어 원문 보기>>

인터넷에 만족하는 것은 뭔가 읽고 숙고하고 기억하고,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성찰하는 방식을 회피하게 한다. 읽고 숙고하고 기억하는 방식은 화면과 지면에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1) 게다가 에덴동산처럼 공짜가 전 사회로 확산되지 않는 채, 신문 수입의 대부분을 검색엔진에서 얻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신기술 때문에 위태로워진 신문의 수익모델을 우리는 더 이상 별것 아닌 거로 간주할 수 없다. 이 검색엔진은 증시에 상장된 개인회사로 거의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2) 신데렐라와 다름없는 구글은 타인의 작업이 생산해내는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그 작업들을 세상에 알려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

흔들리는 신문의 수익모델

미디어들의 기사 공급은 연 30%씩 증가하고 있다. 유럽의 TV 채널 수는 2년 만에 3배 증가했고, 잡지 수는 4반세기 동안 4배 증가했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모든 언론기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3) 이미 언론의 몫이 가계 예산에서 계속 감소하고 있다. 각 가정은 통신 비용의 상당 부분을 휴대전화, 유료 음성·영상 매체, 인터넷에 쓰고 있다. 프랑스의 중산층 가정은 정기간행물 구입에 하루 50센트 이하를 소비한다. 중산층 가정 처지에서는 정기간행물이 싸거나 ‘공짜면’ 더 좋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회사의 생존에 급여가 달린 직업기자들의 문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광고 수익이 폭락하는 순간 정기간행물의 보급이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광고 수익은 예를 들어 30년 전에 <르몽드> 매출의 60~70%를 차지했는데 현재는 부록을 포함해도 25%가 안 된다.

처음에 신문들은 인터넷에 기사 내용을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자신들의 독자층을 확대하고, 이 새로운 대중을 광고업자에게 팔아 돈벌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가졌다. 환상은 곧 깨졌다. 누리꾼이 모여들었지만 수입은 예상만큼 늘지 않았다. 일간지가 한 명의 구매자나 정기구독자를 잃을 때마다, 광고주들은 ‘당신들이 광고 수익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10명의 누리꾼을 끌어오라’고 요구한다. <레제코>(프랑스 경제일간지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 한 면의 표준가격 광고가 가판대에서 팔리는 전체 수익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미국 미디어 현황에 대한 최근 보고서가 미디어의 심각한 실정을 잘 요약하고 있다. “신문들은 종이 지면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완전히 붕괴되기 전에 인터넷상에 증가한 독자층을 충분한 수익원으로 변화시킬 수단을 찾아야 한다.”(4)

매출 측면에서 광고 수익의 약화는 신문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2009년 2분기에 미국의 신문 광고 수익은 전년보다 29% 감소했다).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더 싸고 더 능률적인 수단(인터넷·휴대전화·공상영화나 연속극 속 ‘상품배치’(PPL))을 확보하게 된 광고주들은 고령 독자층을 주로 가진 신문에 광고를 주지 않으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그런데 광고는 지금도 프랑스 신문 평균수익의 43.8%를 차지하고, 이에 견줘 가판구독은 32.6%, 정기구독은 23.6%를 차지한다.

출구 없는 신문들의 줄도산

상당수 신문들이 이미 파산을 맞았다. 다른 신문들에도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1만5천 명의 기자가 지난해 해고됐고, 더 많은 기자들이 급여 삭감에 동의했다. <뉴욕타임스>는 생존하기 위해 멕시코의 최고 갑부인 카를로스 슬림에게 연 14% 이자로 돈을 빌렸다. 여러 대도시(디트로이트, 시애틀, 샌프란시스코…)의 유력지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인쇄 신문을 포기하고 인터넷 기사를 배급한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파산했다. 한편 스페인 신문들은 1년 동안 일자리 3천 개 중 2400개를 없애버렸다.

인원을 줄이고 지면 수를 축소한 신문사 사주들은 구독자 감소를 가격 인상으로 보상하려 한다. 가격 인상은 일반적으로 구독자 수를 더 감소시킨다. 현재 아시아와 아랍 국가들만이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 있다.

통상적 수입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고비용(장기간의 여론조사, 외국 탐방기사, 편집위원들의 회의와 텍스트 확인, 교열 작업 등) 신문기업을 유지할 것인가? 첫 번째 대답은 위에 언급된 값비싼 저널리즘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악순환의 사이클이 시작된다. 신문의 쇠퇴가 신문 저널리즘 악화와 부분적으로 연관돼 저널리즘 신문들의 의욕을 좀더 저하시킨다. 그러면 신문들은 마케팅 부서가 준비한 비법들을 더 충실히 따라가게 된다. 짧은 기사를 쓰고, 사회의 관심 사항만을 다루고, 사소한 주제에 대해 요란한 제목을 달고, 거리 여론조사를 하고, 근접 거리의 주제만을 다루게 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판매 부수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기술이 있다. 이런 기술들로 부풀려진 독자 수에 솔깃해하는 광고주들에게 새로운 독자를 들이미는 것은 비록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재정에 도움이 된다. 헐값에 정기구독을 할 수 있게 하면서 거기에 선물까지 곁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해당 잡지에 환상을 갖게 된다. 2002년 1월 25일 월간지 <르푸앵>은 예고했다. “우리는 정기구독자 모집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일부 매거진 언론사가 엄청난 선물 공세를 퍼부으면서 모집 경쟁에 탐닉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르푸앵>은 15유로에 10호 정기구독권과 더불어 다기능 계산기나 시계를 제공했다.(5)

재고를 없애는 또 다른 방법은 항공회사 여행객, 고급 식료품, 고급 호텔, 스포츠센터, 고급 주차장의 고객과 (전도유망한) 그랑제콜 학생들에게 신문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특히 광고업자의 타깃인 구매력 높은 독자층의 구독률을 높여준다.(6)

언론들, 본질 외면한 채 스펙터클만 추구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언론산업의 술책들을 나열한 이유는 은연중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특이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특이하게 전세계적으로 보급되고 동시에 73개 나라에서 출간된다. 간단히 말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프랑스보다 다른 나라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르피가로>의 현 편집장은 자신이 유럽의 주요 텔레비전 채널 중 하나인 <TF1>의 부사장이던 시절 앞뒤가 맞지 않는 장담을 했다. “우리는 프랑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비율만큼 국제 이슈를 다룰 것이다.”(7) 2009년 8월 30일 저녁 8시, <TF1>에서 그의 지령은 준수됐다(?). 일본 총선은 저녁 8시 뉴스 시작 후 17분 만에 20초 동안 취급됐다. 여성 앵커는 어떤 이미지나 논평도 없이 이 ‘중요한 정치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54년간 권력을 행사해온 자민당의 패배가 6명의 등산객이 사보아에서 사망했다는 소식보다 사소한 것으로 취급됐다. 등산객의 사망 소식은 뉴스의 첫 장면이었다.

“매일 저녁 텔레비전에는 옷 벗은 남자가 줄 끝에 매달려 울고 있다.” 이 식상한 공식은 자본주의의 탐닉과 스펙터클을 추구하는 사회의 특성을 잘 요약해준다.(8) 프랑스의 6개 주요 채널(<TF1> <F2> <F3> <Arte> <Canal+> <M6>)의 저녁 방송을 분석한 뒤, 국립 시청각연구소(INA)는 “채널 편성자의 방침이 공동체 사건들보다 개별 사건들을 점점 더 선호하는 것처럼, 잡다한 기사들이 1999년 630개에서 2008년 1710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9)

신문 역시 오래전부터 국제시사를 팽개치고 있다. 예컨대 2002~2006년 미국 일간지들의 해외 주재 특파원 수는 30% 감소했다.(10) ‘지구촌’이 자기 주변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케이블과 위성이 있지 않은가? “당신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소식을 원하십니까? 베네수엘라 채널을 보십시오. 수단에 대해 알고 싶습니까? 아프리카 채널을 보십시오”(11)라고 10년도 더 전에 <TF1>의 뉴스담당 부국장이 조언했다. <TF1>은 아프리카에도 라틴아메리카에도 상설 특파원을 두고 있지 않다.

아마도 지금 그는 인터넷을 서핑하라고 덧붙일 것이다. 새로운 통신기술이 편집진의 돈벌이주의와 지적 게으름에 엄청난 알리바이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종합편성채널은 별다른 숙고 없이 해외 주재 특파원 사무실을 폐쇄하고, 마이클 잭슨의 사망, ‘어린 마리나의 비극적 운명’(어린 소녀가 2009년 9월 11일 망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부르카(이슬람 여성들의 얼굴까지 가린 의상), 영국 왕실에서 브루니(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가 입은 드레스, 법무장관 다티의 출산 등과 같은 가십성 주제 외의 다른 기사들을 축소해버린다.(12) 스리랑카에서 민중탄압이 거세게 벌어지고 있을 때, 더 돈벌이가 되는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기자는 그 주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인터넷 사이트로 보낼 뿐이었다. 인터넷에 의해 휴대전화로 전세계 도서관의 디지털화된 자료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더 훌륭한 지식인이 이미 되어버렸을까?

독자는 이해했을 것이다. 신문과 텔레비전이 대결하는 십자군 전쟁에서 우리는 무신론자의 편이라고 하겠다. 달리 말해 우리 전투는 다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새로운 감시견-프랑스 미디어의 허와 실>의 저자.

번역•고광식 kokos27@ilemonde.com

 


 

<각주>
(1) 세드릭 비아기니 & 기욤 카르니노,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 속의 책’,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9월. 니콜라 카르, ‘인터넷이 우리 두뇌에 어떤 짓을 하는가-구글이 미국을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 <월간 애틀랜틱>, 뉴욕, 2008년 7월.
(2) 2009년 7월 전세계 누리꾼 검색의 3분의 2 이상(67.5%)이 구글에서 행해졌다. 2위인 야후는 7.8%를 차지한다(<에제코>, 2009년 9월 2일).
(3) ‘문자언론의 상황’, <리브르 베르>, 2009년 1월 8일, p.37. www.ladocumentationfrancaise.fr/rapports-publics/094000017/index.shtml.
(4) 저널리즘의 우수성에 대한 좌담 프로젝트, ‘2009년 뉴스미디어의 현황’, www.stateofthemedia.org/2009/index.htm.
(5) <챌린지>는 할인 가격에 1년 정기구독권을 판매하면서 계산기 1대와 시계 2개를 제공한다.
(6) 주간지가 아닌 일간지가 이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4개 일간지는 이 방법을 통해 2007년 20% 이상 판매를 늘렸다. <트리뷴> 29.56%, <르피가로> 24.80%, <레제코> 24.40%, <리베라시옹> 22.22%.
(7) ‘에티엔 무조트와의 대담’, <르피가로>, 파리, 2003년 10월 15일.
(8) 콜렉티브 르토르, <이미지와 폭탄, 스펙터클의 정치와 군사자유주의>, 레 프레리 오르디네르, 파리, 2008.
(9) INA-STAT, ‘텔레비전 뉴스의 주제별 지표’, 13호, 브리-쉬르-마른, 2009년 6월.
(10) 파울 스타, ‘신문시대여 안녕’, <더 뉴 리퍼블릭>, 뉴욕, 2009년 3월 4일. ‘호객하는 저널리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998년 8월.
(11) 장피에르 페르노, <텔레라마>, 1998년 12월 9일.
(12) 2009년 1월 10일 가자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을 때, 경제통계가 놀라운 속도로 악화되고 있을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가스 전쟁이 벌어져 유럽의 가스 공급이 위협받고 있을 때,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당시 법무장관이던 다티가 출산 뒤 5일 만에 업무를 다시 시작했다는 기사로 신문 1면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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