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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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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몽드디플로마티크
  • 승인 2016.08.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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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데이아 교육모임, 청소년 고전+영화 강좌 ‘씨네끌레’ 시작한다

 

▲ 2013년 강동진로직업센터에서 주관한 청소년영화아카데미 촬영강의에 고교생들이 참가해 카메라 조작법을 실습하고 있다. 교육모임 파이데이아는 2011년부터 4년 간 관악구청, 강동구청, 경기도 시흥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진행한 프로그램들을 보완해 오는 9월 24일부터 청소년 인문학강좌 ‘고전+영화 프로젝트, 씨네끌레’를 시작한다. (사진제공 (주)사람과 이야기)

 

크리스마스 새벽에 친구에게 전화해서 집을 빌려 촬영하는 민폐도 끼쳤고, 추운 날씨에 오디오 배터리가 터져서 후시 녹음에 1인 3역으로 목소리를 입히기도 했어요. 무진장 고생했죠. 그런데 6개월 동안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교수님들께서 설명해주시는 고전을 새롭게 읽고, 현직 감독과 스태프들의 지도하에 실제 촬영 장비로 영화를 찍어 상영회까지 한 일이 제가 고등학생 때 한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씨네끌레 프로그램의 전신이 된 고전, 영화 융합 인문학 강좌에 2013년 참여한 류혜주 고려대생(미디어학부 2)의 고백이다. 당시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그는 4개월 동안 읽었던 여러 고전 중 『오디세이아』에서 모티프를 얻어 「티케팅 오디세이」를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10년이 넘게 방황하는 오디세우스에서 힌트를 얻어 EXO 공연 티켓을 구하려는 고3 학생의 험난한 여정을 톡톡 튀는 음악과 편집으로 만들어냈다. 같은 학교 친구 임혜린 양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각색해 ‘돈 기호태(돌아버린 기호태)’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 조금 이상하지만 누구보다 정의로운 기호태 씨가 집으로 돌아가며 예상치 못한 역경들을 만나는 플롯에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를 녹여냈다. 이들의 단편은 그해 낙동강영화제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휩쓸었다.

 

학업에 신경 쓸 시기인데 부담감은 없었을까. “시험은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칠 수 있지만, 이건 한 번뿐인 경험이잖아요!”라고 쿨하게 말하는 류혜주 씨는 고전을 읽고 영화를 만들었던 6개월의 시간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전 연극연출이 꿈인데, 주변 어른들에게 제 꿈을 말씀드리면, 출세 안 해도 좋으니 좋아하는 거 해봐 같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편이에요. 그런데 현직에 계신 분들과 호흡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니 제 꿈을 좀 더 깊게 고민할 수 있었어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죠. 영화 찍을 때 갈등이 엄청 많았거든요. 책임감 없는 아이들도 있고… 하지만 감독님들은 한 걸음 물러서서 지켜봐주셨어요. 거기서 일어나는 갈등은 우리끼리 토론해서 다 풀었어요. 사고가 유연해 졌다고 할까요? 게다가 시나리오부터 편집까지 우리 손을 거쳐 창작물을 만든다는 건 정말 값진 경험이잖아요.

 

‘다시 고전이다’라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한 파이데이아 교육모임의 대표 인문학 프로그램 ‘씨네끌레’는 고전 읽기와 영화 만들기가 결합된 고교생 대상 6개월 코스다. 지난 4년 동안 관악구청, 강동구청, 경기도 시흥시 등에서 진행한 영화, 고전 융합 강좌 프로그램을 다듬어 오는 9월 24일 1기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한다. 씨네끌레는 영화(cinema)와 고전(classic)의 합성어에 프랑스어 clé(열쇠)를 붙였다. 첫 4개월 동안 동서양 고전을 읽고 토론하며 이후 두 달 간 영화를 만들게 되는데, 읽기와 놀이를 통해 자신을 만나는 열쇠를 찾고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배우는 것이 이 강좌의 목적이다.

 

파이데이아는 그리스어로 ‘교육 또는 인문학’을 의미한다. 교육모임 파이데이아는 ‘교육’에 ‘놀이’와 ‘치유’의 개념을 접목했다. 청소년을 존엄을 알고 격조 높은 삶을 추구하는 최고의 고전적 인간, ‘호모 클라시쿠스(Homo Classicus)’로 길러내 건전한 시민사회의 성숙한 리더로 이끄는 데 뜻을 모은 교수, 기자, 음악치료사, 영화감독이 설립한 단체이다.

 

파이데이아 교육모임 설립에 조언을 준 김남두 서울대 명예교수(철학과)는 현행 중고등교육에 대해 “무한경쟁만 남은 입시체제에서 아이들이 망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 지에 대해 반성과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참 교육은 ‘고전’을 읽는 데서 시작되고, 책의 개념을 현실에 맥락화 해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발신할 능력을 갖추게 하는 데 있다”라고 지적했다.

 

교육모임 파이데이아가 추죄하고 프랑스 언론 <르몽드>의 한국법인 <르몽드 코리아>가 주관하며, 갤러리로얄이 후원하는 고교생 ‘영화+고전’ 인문학 강좌 ‘씨네끌레’가 1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오는 9월 24일부터 2017년 3월까지 24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갤러리로얄(7호선 학동역)에서 진행되는 ‘씨네끌레’ 1기 주제는 ‘어떻게 어른이 될 것인가’이다. 고전 강독에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진이, 영화 제작에는 현직 영화감독, 스태프, 배우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먼저 고전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9월, 영원한 그리스 고전 『오디세이아』로 강의가 시작된다. 강의를 맡은 안재원 서울대인문학연구원 교수(서양고전학)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겪어야하는 어려움과 위험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지에 대한 통과제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 「구름」을 교재로 선정한 이유로는 “한 아이가 시민이 되어가는 과정에 어떤 지적 능력이 요청되는가, 즉 어떤 교육을 받아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시민이 되어가는 과정과 훈련을 함께 논의해볼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어서 10월에는 김월회 서울대 교수(중어중문학과)가 『서유기』와 『사기열전』으로 바통을 이어받는다. ‘어른 되기’라는 주제적 차원에서 고전을 선정했다는 김 교수는 “지금까지 어른이 된다는 건 윤리학적 차원에서만 접근한 감이 많다. 『서유기』나 『사기열전』은 삶의 실제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무엇보다도 도덕적 어른을 만들기 위한 텍스트보다는, 즐길 수 있는 어른을 기르는 데 유용한 텍스트기 때문에 특히나 이 시점에 유용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11월 강의는 손현주 서울대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영어영문학)가 담당한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영국인의 자존심,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강의 목록에 추가한 손 교수는 “사랑과 미움의 반목, 적대하는 가족, 남녀 간 사랑을 넘어서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과 자식이 생각하는 삶의 다름까지 인간사의 내밀한 사랑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프랑켄슈타인』에 대해서는 “알파고 시대, 문명사적 전환기에 당면한 이야기로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보면, 인간이 인간을 넘어서고자 하는 윤리 문제와 포스트 휴먼 소사이어티에 진입하는 이 시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고 설명했다.

 


고전 강의의 대미는 차지원 서울대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러시아문학)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로 맺는다. 차 교수는 “『죄와 벌』은 맹목적인 신념이 일으킨 살인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인지 윤리적 실존 원리를 통해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며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종교·이념적 신념으로 정당화되고 있는 테러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사회적 제도로서의 결혼을 극복한 남녀 간의 진정한 결합으로서의 결혼을 찾고자 했던 안나의 비극을 통해 근대화와 더불어 한국 가족이 겪은 급격한 변화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고전 목록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후 8주에 걸쳐 진행되는 영화제작에는 「불후의 명작」을 연출한 심광진 감독이 강사로 참여한다. 촬영에는 「해변의 여인」, 「말하는 건축가」에 참여한 황우현 촬영감독이, 오디오에는 「그놈이다」, 「차이나타운」을 작업했고 현재 「군함도」 작업중인 송승현 녹음감독이 합류한다. 학생들의 연기지도는 대학로 연극배우들이 나선다. 「그놈을 잡아라」 의 이선영, 「돌아온 오박사」의 고훈모, 「셜록」의 최재호, 「루나틱」의 차혜정, 「바르게 살자」의 심익수, 「놈놈놈」의 조수혁 등이 참여한다. 캐논 5Dmark3로 촬영을 하며, 후반작업은 전문편집실과 녹음실에서 학생들의 주도로 이뤄진다. 제작된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회를 한 후 강좌가 종료된다. 이밖에도 씨네끌레 프로그램에서는 매월 연극 또는 영화를 단체 관람하고 토론의 시간을 가지며, 월1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에서 이동수업을 할 예정이다.

 


파이데이아 교육모임은 9월 24일 개강하는 ‘영화+고전 프로젝트, 씨네끌레(cineclé)’ 1기 수강생 모집에 앞서 2회의 공개강좌를 진행한다. 시간 및 장소는 8월 20일(토) 삼성역 코엑스 컨퍼런스홀 403호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9월 3일(토) 7호선 학동역 갤러리로얄 6F에서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다. 주제는 ‘텔레마코스, 어른 되기’이며 안재원 서울대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가 강의하고 프로그램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진다. 참가를 원하는 고등학생 및 학부형은 파이데이아 홈페이지(www.paideia.co.kr)나 메일(윤상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cinemonde@ilemonde.com)로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선착순 100명에게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신문과 에코백을 비롯한 소정의 기념품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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