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거주하는 건물일수록 에어컨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된 비중이 높다.
적도 부근의 국가일수록, 노동자의 건강과 생산 활동을 위해 에어컨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태와 생산과 위생. 에어컨을 둘러싼 쟁점 속에서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
“6월호의 ‘케첩 자본주의’에 이어 ‘에어컨 자본주의’. 역시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다운 기사네요.”
8월 7일, GBS 고시원 방송국이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호 기사 <폭염에 미소짓는 '에어컨 자본주의'>를 주제로 토론 방송을 진행했다. 오랜만에 고시원 방송국 팟캐스트 멤버가 모두 모여 농담을 주고받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날 방송은 ‘계동’의 ‘요즘 우리나라 날씨에는 폭염과 폭우만 있다.’는 농담과 함께 시작했다. 브리핑을 맡은 ‘주희’는 캐나다가 계획 중인 에어컨 보조금 정책 이야기를 꺼냈다. 얼핏 사치처럼 들리지만, 에어컨은 세계적으로 일상생활을 넘어 위생과 경제활동을 위한 필수품이 됐다.
에어컨은 탄생 계기부터 경제활동의 ‘생산’과 관련이 있다. 인쇄소에서 상품보존을 위해 온도와 습도 조절 장치를 개발한 것이 에어컨의 시초였다. 에어컨은 담배, 음료, 밀가루, 섬유, 초콜릿 공장으로 퍼졌고, 의도와 별개로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좋아져 생산 시간과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다.
에어컨이 인류의 일상 속에 들어온 것은 극장에서부터였다. 어둡고 덥다는 이유로 여름마다 불황을 겪던 극장에 보급되며 에어컨은 생산이 아닌 일상의 영역으로 왔다. 기차와 식당, 상점, 호텔로 퍼져나갔고, 에어컨 회사는 마케팅을 위해 ‘위생’상의 이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흔히 생태를 해치는 ‘사치품’으로 간주되는 것과 달리, 에어컨은 노동환경과 적도 부근 개발도상국의 경제활동, 서민층 위생과 직결된다. 특히 1960년대에 에어컨이 있어야만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건물이 서민층에 보급되며, 에어컨은 빈부와 생존의 문제로 이어졌다. 흔히 ‘천장이 높은 건물 설계’와 ‘햇빛이 강한 시간에 야외 활동 자제’를 대안으로 드는 ‘에어컨 자제 및 사용 금지’ 운동은 천장이 높은 건물을 살 돈이 없고, 시간대에 상관없이 야외에서 일하는 서민 노동자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대안이다. 특히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없는 건물 구조와 생산 구조는 인류의 에너지난 대비 능력을 더 낮춘다.
‘김첨지’는 에어컨이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바뀌며 좌파와 우파의 주장이 바뀌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주희’는 기사가 에어컨 회사의 마케팅 전략을 순수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인류의 생활과 위생 수준이 올라간 점을 무시하고 있다며 기사를 비판했다. ‘이장’은 건축 회사가 자신들의 건물에 같은 자회사의 에어컨만을 설치해 자본이 자본을 불러내는 현상을 지적했다. 이날 방송은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 증가와 원전 수요 논의로까지 이어졌다.
http://www.podbbang.com/ch/11478?e=22348981
[인턴기자 주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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