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답이라는 말이 있다. 카카오톡이나 SNS 메신저에 글을 올렸을 때 그에 대한 대답이 빠르면 우리는 ‘칼답이다’라고 말한다. 잘 드는 칼로 음식 재료를 썰면, 세게 힘을 주지 않아도 부드럽고 빠르게 썰린다. 메신저로 소통할 때면 모두가 날이 잘 선 칼을 하나씩 쥐고 있는 것 같다. 날카로운 칼에 숭덩숭덩 썰리는 도마 위의 식재료들처럼 스마트폰 세계의 소통도 빠르고 경쾌하게 이뤄진다.”
“그런데 말을 거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이뤄지는 카톡 세상 속에서 나는 자주 길을 잃고 헤맨다. 탁구 게임처럼 빠르게 치고 빠지는 한마디, 한마디 틈에서 나의 말은 목적지를 잃고 머뭇거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머뭇거림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 김건희 '이상한 카톡 세상의 엘리스'
언어와 문자가 등장하고 인류의 역사가 시작됐다. 종이와 편지로 인간의 소통은 거리를 뛰어넘었고, 전보와 전화는 시간을 초월했다. 그리고 무료 메시지 어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은 소통의 비용까지 제거했다. 하지만 인류는 여전히 소통의 부재를 외친다.
옆 사람의 얼굴 표정 하나 읽지 못하는 이 '현대'의 소통은 오히려 선사시대보다 퇴보하지 않았을까. 소통 수단은 늘어났지만, 정작 '소통하는 방법'은 발전하지 못했다. 기술문명의 홍수 속에서 구세주처럼 인문학을 부르짖는 우리의 단면과도 꼭 닮았다.
문득 두 가지를 묻고 싶다. 카톡으로 대변되는 ‘소통 수단만의 진화’가 발전시킨 것은 소통일까 아니면 우리가 소통한다고 믿는 스펙타클일까. 그리고 수많은 제약을 지배해 온 소통은, 이제 인간까지 지배해버린 건 아닐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턴 주동일
고시원 방송국 팟캐스트 ‘이상한 카톡 세상의 앨리스’
http://www.podbbang.com/ch/11478?e=22406754
기사 ‘이상한 카톡 세상의 앨리스’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7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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