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잠.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행위다. 무위(無爲)를 행함이 낮잠이다. 오래된 습관이기도 하다. 하루의 사이클이 뚜렷한 직종에서 오래 일했는데, 밖에서 예상한 것과 달리 점심식사 이후에 대체로 잠깐 눈 붙일 짬이 났다. 책상에다 발을 올리고 의자에 앉은 채로 30분가량, 길어도 한 시간 이내로 잠들었다가 전화벨이 울려 통화에 돌입하며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평일 업무 중에 자는 낮잠이 단잠이긴 하지만 휴일 낮잠에 비길 수는 없다. 완전히 풀어버린 낮잠이 휴일의 낮잠이다. 처소가 달라진다. 의자 대신 소파를 이용하고, 앉지 않고 눕는다.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휴일 낮잠엔 과거 평일 업무 중 낮잠에 비해 더 정교한 자세가 필요하다. 가능한 소파의 가 쪽으로 붙어 눕는다. 팔의 관절이 자연스럽게 구부러지는 게 중요하다. 손바닥이 소파 아래에 누워 있는 스콜의 몸에 닿아야 한다. 내가 소파에서 잠이 들면 언제부터인지 스콜이 소파와 탁자 사이 좁은 자리에 누워 같이 잠을 청한다. 언제부터인지 내 손이 스콜의 몸, 스콜의 털을 만지며 잔다. 잠결에 스콜의 털을 세게 잡으면 잠시 으르렁 대고 그러면 사과한다. 모두 잠결에 이루어지는 일이다. 무위가 유위(有爲)로 바뀌나 유위를 행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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