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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정착되면 주한미군 필요없어” - 세르주 알리미
“한반도 평화 정착되면 주한미군 필요없어” - 세르주 알리미
  • 윤상민 | 편집장
  • 승인 2018.10.3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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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알리미와 문정인 대통령외교특보 대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프랑스 본사의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이 지난 10월 10~12일 방한해 문정인 대통령 외교특보 겸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반도평화’를 주제로 공개토론을, 조인원 경희대 총장과는 ‘문명사적 전환과 지성인의 역할’에 대해 의미 있는 대담을 각각 가졌다. 또한 한국외국어대에서는 ‘자본과 미디어의 관계’에 관한 특강을 한 뒤 학생들과의 열띤 질의응답을 가졌다. 이에 본지는 알리미의 대담과 강연을 지면에 요약 발췌한다.(편집자 주)

 

알리미: 유럽이나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지만 우리는 지금 다른 시간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시차가 완전히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때로는 쇼킹하기까지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그렇죠.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도 국내적인 요소에 의한 것도 있지만,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일들과 아주 관련이 깊습니다.

이는 미국의 외교정책과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집권당이 바뀌어서만은 아닙니다. 트럼프의 당선은 민주당과 공화당, 두 기성 정당 모두에 대한 불신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당선은 부시 정부와 클린턴 정부의 외교정책을 둘 다 거부한다는 확고한 지표입니다. 트럼프의 견해로는 두 정부의 외교정책은 상당히 유사합니다. 둘 다 글로벌리스트적인 접근이지요. 그에게 있어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개입을 그만둔다는 것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막론하고 지난 560년간 백악관에서 이어졌던 글로벌리스트적인 외교정책을 끝낸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예측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실제로 그는 예측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의 정치 인생, 그리고 그의 인생 전반에서 적어도 지난 30년간은 확실했던 주제가 있습니다. 이 주제는 1992년 조지 부시에 대항해 공화당에서 출마했던 팻 부캐넌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팻 부캐넌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표현이자 모토를 처음으로 사용했던 사람으로서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강경파였습니다.

1991년 팻 부캐넌은 한 시대가 끝났으며 이는 진주만 공격으로부터 시작해서 소련의 해체로 끝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개입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소련의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협박이 약 50여 년간 미국을 국제정세에 끌어들였지만 민스크 합의로 소련이 해체됨과 동시에 그런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 많은 부담을 안겼던 국제적인 투입으로부터 물러나서 국가를 재건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트럼프는 팻 부캐넌의 이런 분석을 통째로 지지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단지 기업인이었던 트럼프는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서 미국이 국제사회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한국의 문제뿐만 아니라 북대서양 조약기구, 중동, 아시아 문제에도 단순하고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이 동맹국들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쓰는 동안 이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미국의 경쟁국이 됐고, 자국의 방어비용을 스스로 댈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국제적 관여를 끝내고 국가를 재건하려는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의 가장 특징적인 정책입니다. 트럼프는 독서를 잘 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은 그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 나온 이 책에서 케네디는 강대국들이 결국은 사라지며 그 까닭은 ‘과잉 제국확장’으로 인한 힘의 쇠퇴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개념은 강대국들이 경제적으로 막강해지면서 그 힘을 지속하기 위해 동맹 체제를 구축하는데, 이 동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소모되면서 국가 재정이 쇠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팻 부캐넌의 “우리는 공화국이지 제국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은 미국의 국제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바람을 보여줍니다. 미국 재건을 위한 욕구와 외교정책의 변화는 미국이 비용을 지불해온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재고하게 했습니다. 나토(NATO)의 경우에도 트럼프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유보 중입니다. 중동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입니다. 미국이 중동지역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7조 달러를 썼지만 정작 미국 내에선 도로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지요.
이 모든 주장들은 서로 일관된 것이며, 예로부터 늘 주장해왔던 고립 정책이 현재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일련의 한국의 내부적 요인들과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기막히게 맞물리면서 남북화해의 가능성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란과 중동에서는 상황을 악화시킨 예측 불가능하고 연기를 일삼는 트럼프가 한국에서는 이 과정을 제대로 도울 수 있을지 말입니다. 미국이 여기서 발을 뺀다면 남북이 각자의 방식으로 평화협정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예측불가의 트럼프가 한국에 도움이 되는 역설의 국제정세

문정인: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하셨습니다. 팻 부캐넌을 언급하셨는데, 1980년대 미국에서는 열띤 논쟁이 있었죠. 폴 케네디 이후로 미국이 정말 쇠퇴하고 있느냐의 논쟁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미국의 패권은 쇠퇴한 적이 없으며 구조적인 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지프 나이와 일부 학자들은 미국의 지배력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그동안 신중하지 못한 개입으로 미국 패권이 쇠퇴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학파들 중에서 발행인께서는 폴 케네디를 인용하셨는데요. 현재 미국의 상황에 강대국의 패권 쇠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알리미: 지금 두 가지 질문을 하셨고, 답도 두 가지입니다. 미국의 쇠퇴는 실제인가? 다른 나라들이 전쟁으로 파괴되고 미국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강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국가를 재건하면서 미국이 국제 개입을 끊은 것은 명백히 쇠퇴를 의미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질문은 트럼프가 자신의 당선 당시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가? 입니다. 답은 ‘그렇다’입니다. 사실 트럼프에게 있어서 실제 현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책을 만들 때 반드시 현상에 근거해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강한 신념에 기반해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국내외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엄청난 자신감으로 그의 보좌진들은 그가 주장하는 정책들을 수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거나 훌륭한 지도자여서가 아니라 정책 형성의 큰 틀 -특히 외교정책에 있어서- 은 그가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정인: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고 미국에 고립주의를 불러온 것이 일시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구조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워싱턴에서는 트럼프가 비정상적인 케이스이며, 트럼프가 물러나면 미국이 다시 예전의 역할로 돌아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창조한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패권주의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모두 ‘제국주의의 종언’다짐

알리미: 로널드 레이건이 마치 이상형인 것처럼 보이는 이런 희망이 여러 곳에서 보입니다. 마치 다음 정권이 민주당으로 바뀌면 지금의 외교정책이 다시 뒤집힐 것처럼 말이죠. 외교정책에 있어서 미국 대통령은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과잉 제국확장 정책을 파기하기 위한 소망은 트럼프 전에도 있었습니다. 오바마 정부에서도 2008년 미국이 국제사회에 지나친 개입을 피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새로운 전쟁을 막지는 못했지만 오바마는 항상 과도한 미국의 개입을 경계했습니다. 국제 정세에 개입하지 말자는 욕구는 미국 내에서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당선과 지지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더 이상의 미국 개입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 확고한 세력이 형성된 것입니다. 공화당은 미국에서 ‘전쟁 지지당’으로 불립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전쟁 지지당’이라고 하면서,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공화당은 기조를 바꿨고 민주당도 버니 샌더스와 좌익의 영향으로 제국주의 미국의 시대는 접어야 한다는 여론이 만연합니다. 그러나 이런 엘리트 내부합의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문정인: 2021년에 새로운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뽑힌다고 가정하면 미국의 외교정책은 또다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까요?

알리미: 물론 새로운 대통령은 많은 변화를 불러옵니다. 조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예전의 글로벌리스트적인 합의에 매일 수밖에 없고 대 러시아 문제에 있어서도 매우 강경합니다.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 재정을 투입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지만 아마 바로 다음 정부에서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그런 유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정인: 지금 발행인께서는 구조의 문제냐 행위자의 문제냐는 오래된 이슈를 제기하신 것 같습니다. 물론 둘은 상호작용을 하지만 어떻게 보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바꿀 거라고 말하므로 이는 행위자와 리더십을 중요하게 본 것이겠지요. 그러나 발행인의 의견은 트럼프 이후에 민주당에서 집권을 하더라도 국내외적인 요소들에 의해 근본적인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하셨으니 구조를 중요시하신 듯합니다. 미국 외교정책에 있어서 구조와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보십니까?


트럼프는 제국을 원하지 않는 제국의 황제!

알리미: 우선 이 질문은 많은 미국인들이 자기 자신에게 묻는 말일 것입니다. ‘정부 안의 정부(Deep state)’라는 이 개념을 둘러싼 논쟁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것이 문 보좌관님이 질문하신 바로 그 문제입니다. 개인으로서의 대통령이 국책, 그중에서도 외교정책을 바꿀 수 있는가? 아니면 외교정책을 일관되게 조절하는 영구적인 구조체가 있는 것인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요.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입니다. 대통령이 방향을 잡고 결과를 바꿀 가능성을 우리는 이번 한국의 경우에서도 보았습니다. 공화당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에서 이를 우려하는 특수한 상황이 일어난 겁니다. 개인으로서의 주체가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나 NATO의 경우,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여기서는 백악관 고문들, 혹은 우리가 말하는 소위 ‘정부 속의 정부(Deep state)’가 미국 대통령이 어느 정도까지는 제국의 황제로서의 아우라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보면 트럼프는 제국을 거느리길 원하지 않는 제국의 황제인지도 모릅니다. 그저 자국의 재건을 바랄 뿐인.

문정인: 작년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전쟁 옹호자처럼 비쳤다면 올해에는 트럼프가 평화전도사로서 추앙받고 있습니다. 이전의 기대를 다 뒤집으며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이끌어낸 영웅처럼 여겨지고 있는데요. 그러나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에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셨을 것입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모순되고 비일관적인 행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알리미: 트럼프는 그의 전임자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전임자들이 했던 일을 번복하고 싶어 합니다. 단순히 말해, 오바마가 이란 핵 협상으로 큰 공을 세웠다면 트럼프는 그것을 깨버리는 식입니다. 오바마와 그 이전 대통령들이 한반도에서는 큰 업적을 못 이뤘기 때문에 트럼프는 한반도에서의 평화 협정을 이끌어낸 첫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자기성애자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것입니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협상을 폄하하고 한반도의 평화협정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오바마가 이란과의 협상에서 실패했다면 트럼프는 이란과의 협상에 열을 올렸을지 모릅니다.

미국의 지도자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협약서에 서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에서 트럼프는 이런 타입의 지도자인 것입니다. 그는 자유무역에 있어서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공화당은 자유무역을 지지해왔지만 더 이상은 아닙니다. 미국의 여론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공화당에서는 지지가 현저히 감소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민주당에서는 트럼프가 지지하면 무엇이든 반대하려는 성향이 있고, 반대로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말하거나 지지하는 것이라면 거의 무조건 충성스럽게 따르려는 성향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이 되려는 트럼프의 강박관념

문정인: 트럼프가 하고 있는 것은 닉슨과 레이건이 한 일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일 뿐입니다. 민주당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반면, 공화당은 기업인들의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에 공화당이 자유무역에 항상 찬성해왔다고 말하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닐 텐데요. 따라서 공화당이 자유무역을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알리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빌 클린턴에 의해 입안됐을 때, 소수의 민주당 의원들만 찬성에 투표를 했지만 협약은 채택될 수 있었습니다. 다수의 공화당원들이 찬성했기 때문입니다. 이 협약을 클린턴 이전부터 협상해왔던 조지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 사이에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둘 다 자유무역 찬성론자였죠. 빌 클린턴은 자유무역에 강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그의 취임 초기 연설 중 하나가 자유무역을 위한 연설이었고, 그는 이 연설에서 “무역을 하는 국가 간에는 싸움도 없고 전쟁도 없다”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공화당 역시 부시 대통령하에서 자유무역을 지지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런 합의를 깬 대통령입니다.

문정인: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그의 욕망과 신념에 의한 독단적인 행동들도 있지만, 그를 뽑은 유권자들의 민심을 반영한 행동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그가 정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계획에 이토록 열심인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국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지는 미국 유권자들은 많지는 않을 텐데요. 트럼프에게는 다른 미국 전직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재선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여기에 대한 발행인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알리미: 네, 트럼프가 강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은 문제들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문제들이죠.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그는 외교정책이 가야 할 방향은 국내 유권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시아에 대한 정책은 아마도 제약이 별로 많지 않으므로 그의 독자적인 의지를 관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문정인: 동아시아로 돌아와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얼마나 더 지속될까요? 트럼프의 주도권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미중 간의 무역 갈등에서 근자에 어떤 형식의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십니까?

알리미: 저도 미국과 중국 간의 악화된 관계에 놀랐습니다. 미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의견충돌에 관해 연설한 것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반중감정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다수의 기업체들이 중국과의 무역 경쟁에 대해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러시아에만 주목해왔습니다.

그러나 점점 중국을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문제에 있어서도 만약 남북 평화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로 남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을 계속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죠. 미중 관계는 지금 매우 악화됐고 아주 빠른 속도로 나빠졌기 때문에 관계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계속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한편으로는 러시아에도 제재를 가한다면 북한 핵 폐기에 관한 국제적인 합의로 돌아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중국·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관계는 한반도에 부정적

문정인: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간에 이런 갈등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으로서는 좋은 일일까요, 아니면 좋지 않은 일일까요? 트럼프가 제로섬 게임으로 이 지역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극단적이고도 위험해 보입니다. 중미무역 갈등의 미래를 어떻게 예견하십니까? 워싱턴의 미 정부가 행보를 바꾸면 무역 갈등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을까요?

알리미: 제로섬 게임, 중요한 언급입니다. 트럼프의 사고방식을 정확히 요약하신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말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미국의 국제 개입을 항상 양쪽 모두에게 유리한 윈윈전략이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개입은 비용을 발생시키므로 다른 나라들에 의해서 어떻게든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가치관은 국제적 긴장과 불안을 야기하지요.

반면, 미국의 개입에서 벗어나는 것은 한국에도 좋은 일일지 모릅니다. 아마 다른 모든 나라들이 필요로 하는 것도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일지 모릅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평화 유지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내수 건설을 위해 힘을 쏟는다면 어떨까요. 세계는 더 이상의 미국의 간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문정인: 북핵 문제를 해결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때에도 대한민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알리미: 한국에 평화가 오면 주한미군의 주둔은 필요가 없어지리라 봅니다. 남미에 프랑스 군대가 남아있습니까? 미국이 전 세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이 개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입니까? 다른 어떤 나라도 그런 일을 행하지 않는 데 말입니다.

문정인: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평화협정이 맺어진 뒤에도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안정을 위해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 논의에 동의하십니까?

알리미: 한국의 국내 여러 요인들 때문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남북 협상에 있어서는 한국이 아주 신중해야 하고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는 것처럼 위험하고 급진적인 태도를 취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첫 단계이기 때문이지 결과적으로 한국에 평화가 온다면 그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것은 70년 전 발발했던 전쟁의 낡은 유물일 뿐 앞으로는 이런 필요성이 사라질 것입니다.

문정인: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 패권국이 될 수 있을까요?

알리미: 세계는 한국이든 중동이든 유럽이든 미군의 주둔 없이도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정인: 일본에 미군 주둔은 어떻게 보십니까?

알리미: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을 누구로부터 지킨다는 것입니까? 그것은 일본인들의 결정입니다. 국가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제가 간섭할 사안은 아닙니다. 일본이 중국에 위협을 느껴서 미군이 계속 주둔하길 원하고 미국도 그것에 동의한다면, 뭐 그럴 수 있겠죠.


아베의 ‘정상국가’론은 침략성탓에 국제 분쟁 유발 할 듯

문정인: 아베 총리의 헌법 9조 2항을 삭제하는 개정 추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알리미: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무슨 소용이죠?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정인: 아베 총리는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가 되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습니다.

알리미: 정상적인 국가라는 것이 꼭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무력을 행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국가들이 일련의 유엔의 규정들을 잘 지킨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요. 다른 나라에 간섭하거나 개입하거나 다른 나라를 점령하려고 하지 않고, 모든 국제분쟁은 유엔을 통해서만 해결한다고 하면 말이죠.

문정인: 이 지역의 미래 안보 계획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보수층들은 동맹이나 집단적 방어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NATO가 현대적 접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귀하와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공공의 적이 없다면 그런 시스템은 필요치 않다고 합니다. 유엔헌장이 공동 안보 협동체제 하에서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동방어 시스템과 공동 안보 시스템 사이의 지속적인 논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동 안보 시스템이 이 지역에서도 가능할까요?

알리미: 유엔을 설립할 때 모든 국가들이 합의했던 국제법에 우리가 모두 다시 주목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이 유엔법을 준수했다면 이라크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세상은 훨씬 더 살기 좋은 곳이 됐을 것입니다.

문정인: 유럽에는 NATO와 유럽 안보 협력기구(OSCE)라는 두 개의 안보 체제가 있습니다. 몇몇은 NATO가 OSCE보다 효율적이며 OSCE는 다소 중복되고 불필요한 조직이라는 논쟁이 있습니다. 귀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알리미: 많은 국가들이 NATO가 더 강력한 기구이기를 원하고, OSCE를 약화시키고 NATO를 발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에 NATO가 더 강력한 기구인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견해는 NATO가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해체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련이 없어진 지금, 러시아가 유럽 국가를 공격하려는 가능성은 없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런 안보 협력체들은 서유럽과 미국을 묶어주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연결고리는 파괴적으로 변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유럽이 미국의 변덕이나 세부 사항들에 휘둘리지 않도록 자신만의 외교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동맹에 있다고 하지만 이 동맹의 리더에게 제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문정인: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 핵 협상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프랑스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알리미: 그 주장은 지켜지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이란과 에어 프랑스 간의 항공편도 더 이상 운항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유럽인들은 이란 핵 협상을 파기한 미국의 결정을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습니다.

문정인: 마지막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발행인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트럼프가 제안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개요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지요?

알리미: 아니오. 저는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만.

문정인: 아시아 회귀 전략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미국이 세계 패권국인데 회귀가 왜 필요할까요? 저는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전략이 어폐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트럼프가 이름만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바꿔서 반복하고 있더군요.


트럼프의 목적은 지정학적 고려 없이 그저 무역적자 줄이는 것

알리미: 트럼프의 목적은 원대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무역에 대한 집착이지요.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 때문에 미국이 중국보다 약해져 있고 앞으로도 더 약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것보다 중국이 미국에 훨씬 더 많이 수출하고 있으므로 중국은 적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상황을 보는 그의 관점은 여기에 기인합니다.

지정학적인 고려는 전혀 없는 듯합니다. 그저 제로섬 게임의 관점으로만 상황을 보기 때문에, 무역 적자를 줄이고 중국이 비용을 더 지불하도록 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용병 역할을 하고 중국 주변국들이 이 보안구조에 비용을 댄다고 하면 현 상황보다 훨씬 더 잘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정인: 제 기억으로는 닉슨과 레이건의 보호무역 정책은 실패했는데요. 트럼프의 새 무역정책이 무역적자 해소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알리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이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준 것은 확실합니다. 캐나다에는 분명히 그의 의지를 관철시켰고 멕시코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죠. 그의 강한 전술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새 협정은 ‘시급 16달러 이상’을 포함시켰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아 무역협상에서 이를 부과한 것은 정말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토론·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 김대중 대통령 도서관장, 계간 <글로벌 아시아> 편집인. 최근 저서로 <중국의 내일을 묻다>(삼성경제연구소·2010)가 있다.

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미 버클리대학 정치학 박사. 파리 8대학교 교수(1994~2000)를 지냈고, 국제 NGO인 투기자본시민감시기구(ATTAC)의 출범시 이론적 작업에 나섰으며, 주요 저서로 『새로운 경호견(Les Nouveaux Chiens de garde)』(1997), 『여론, 그것이 저절로 작동된다(L'Opinion, ça se travaille)』(2000), 『청부 경제학자들(Économistes à gages)』(2012) 등이 있다.

정리·윤상민
본지 편집장

번역·이유민 yoomineverything@gmail.com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프리랜서 번역가.
(본 대담은 영어로 진행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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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 편집장
윤상민 | 편집장 info@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