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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걷히고 훈풍 부는 한반도
먹구름 걷히고 훈풍 부는 한반도
  • 세르주 알리미 | 프랑스어판 발행인
  • 승인 2018.10.31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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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사뭇 대조적인 나라가 있다. 이 나라의 사법부는 보수정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들을 줄줄이 기소해 횡령죄로 감옥에 보냈다. 그런가 하면, 우파, 극우파, 근본주의 기독교도들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배반당했다고 자처한다. 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경우처럼 핵 협정을 문제 삼거나, 러시아의 경우처럼 중거리미사일 조약을 운운하는 대신, 오히려 이 나라를 상대로 역대 대통령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저 위험천만한 분쟁을 해결하겠노라며 두 팔을 걷어붙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전임자마저도 포기한 그 문제를 말이다.
어쨌거나 이와 같은 일이 현재 극동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마도 우리의 세계관을 형성 또는 왜곡하는, 저 거대한 이분법적 담론으로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현 세계의 상황은 너무나 암울하다. 그런 만큼, 우리는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적극적 의지가 담긴 낙관적 연설을 그저 한 귀로만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26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선언했다.
기적이라고? 여하튼 180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 사이에는 “화염과 공포”니, “커다란 핵 단추”니 하며 온갖 험악한 말 폭탄이 트위터상에서 오갔던 사실을 모두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심지어 2017년 9월 2일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중국 정부가 이웃 동맹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압박할 요량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며 으름장까지 놓았다. 그런 트럼프가 이제는 ‘친구’인 김정은 위원장의 ‘용기’를 치하한다. 심지어 공화당 지원 유세에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까지 썼다.
남북은 모두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로 강행군에 나서고 있다. 사실 지금은 천운과도 같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한국 내에서는 우파의 위세가 약화되는가 하면, 북한은 마침내 경제발전에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듯이 보인다.
한편, 미 정부는 너무 경솔하게 대북 협상에 섣불리 나섰다며 민주당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자칭 ‘협상의 달인’이 상대에게 당했다는 상황만은 결단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더욱이 미국이 도로 ‘화염과 공포’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속히 틀어진 뒤라 두 나라가 예전처럼 미국과 보조를 맞춰주기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군사훈련 중단, 경제제재 완화, 평화 조약 체결 등 다른 사안을 협상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결단코 어떤 확실한 담보도 없이 자국의 생명보험을 포기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트럼프가 만년 미국의 대통령이란 법도 없을뿐더러, 트럼프와의 우정 역시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무려 3/4세기에 이르는 기나긴 세월 지속된 이 분쟁이, 향후 수개월 안에 해결될 수 있으리라 우리가 조심스럽게 낙관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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