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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혁명의 기운
반(反)혁명의 기운
  • 성일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 승인 2018.11.29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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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제정치 분석가들이 고민을 거듭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독재와 극우정권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에 힘입어 탄생한 정권들이 어느 순간 맥없이 무너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관한 것이다. 브라질을 비롯해, 에콰도르, 칠레, 페루 등 중남미 국가들에선 좌파정권의 종막이 고해졌고, 유럽 국가들에서도 극우세력들의 정권장악이 목전에 다가온 느낌이다. 사민주의 국가의 전형이라 할 스웨덴에서조차 지난 9월 사회민주주의당이 28.3%의 역대 최저 지지율로 간신히 정권을 지켰다.    

왜 많은 유권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 것일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급여생활자들의 상당수가 공공연하게 부유층의 이익에 봉사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많은 유권자들이 극우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로 돌아서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유권자들을 끊임없이 분열시킨 첫 번째 요인으로는 민족, 인종, 종교, 국가, 지역 등과 관련한 적대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우리의 경우 예멘 난민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이 극우 보수에 의해 부추겨졌고, 지역감정과 기독교 근본주의 등도 한몫했다.

두 번째는, 경제 불안 속에도 갑질하는 불로소득계층, 고용안정이 보장된 ‘철밥’ 공무원들에 대한 분노감이, 집권정부의 정책부실에서 비롯됐다는 잘못된 믿음이다. 

셋째, 시민으로서 또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익을 정규직 노동조합원들만 향유하고 있다는 오해가 점차 확산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존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유권자 다수를 과거의 향수에 빠지도록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힘들기는 했지만 과거의 삶이 지금보다 훨씬 나았다’고 말이다. 

촛불시민혁명 2주년에 즈음하여,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권이 초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위위원회에 의한 삼성 바이오로직스 가치의 8조 뻥튀기 평가 묵인과 뒤늦은 거래중지, 재벌개혁을 주제로 제작한 지상파 광고에 대한 방송협의 방송불가 조치, 노조와해의혹의 책임자로 구속기소 된 삼성전자서비스 전무가 법원의 보석허가…. 박근혜 정권은 재벌 돈을 갈취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삼성도우미’, ‘재벌도우미’를 자처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임종석 대통령 비서설장은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만의 정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문재인 대통령마저 “노동자와 노동단체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민주노총과 노동단체의 주장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비현실적이라는 식이다. “촛불의 힘으로 집권했다”는 현 정부 실세들의 ‘안이한’ 현실 인식은, 극우 보수정권의 부활을 도모하는 ‘어둠의 세력’에게 ‘반혁명의 기운’을 북돋운다. 이미, 극우보수 세력의 강력한 후원 매체들은 ‘이때가 기회’라 싶어,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며.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2월호는 세계 인권선언 70주년 기사를 비롯해 촛불시민혁명의 초심을 다지고자 평화, 인권,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특집 기사들을 마련했다. 일부 글들이 대단히 논쟁적일 수 있지만, 부디 독자 여러분의 꼼꼼한 일독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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