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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 NGO의 모순적인 영리 추구
인도주의 NGO의 모순적인 영리 추구
  • 피에르 미슐레티 l 프랑스 기아대책행동 대표
  • 승인 2023.03.3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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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 원조금은 매년 20여 개 국가에서 선별적이고 부분적으로 지원해왔다. 서구의 비정부기구(NGO)들은 부족한 재정의 조달을 위해 점점 민간후원에 의존하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정작 원조가 시급한 현지 구호단체들은 현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를 큰 혼란에 빠뜨린 이 전쟁은 국제구호를 위한 재정조달까지 어렵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구촌 곳곳에서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심지어 그 위기의 존재가 잊혀가던 중에 발생했다. 

2020년, 국제 긴급구호 지원을 받는 국가는 75개국(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시리아, 예멘, 방글라데시, 아이티, 베네수엘라 등)이며, 긴급구호로 연명하는 인구는 약 2억 4,300만 명에 달했다. 그중 8,200만 명이 강제 이주민이다. 이런 상황은 팬데믹 사태로 더욱 나빠졌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무려 1,900만 명을 위급상황으로 내몰았으며 저개발국의 경제, 보건, 기아 등의 문제를 심화시켰다. 또한 기존 공여국의 상황도 어려워져, 국제 원조보다는 자국의 문제에 집중하자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저개발국을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았다. 이는 기아와의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UN 산하 국제기구 세계식량계획(WFP)의 활동도 위축시켰다. 세계적인 공급난은 여러 현상으로 나타났다. 우선 몇 주 만에 밀 1톤 가격이 250달러에서 400달러로 치솟았으며, 천연가스 가격에 덩달아 질소질 비료 가격이 뛰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농산물 운송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항구가 봉쇄되고, 해상 운송료도 인상됐다.(1) 

온갖 분쟁과 위기사태의 급증은 인도적 지원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인 만큼, 각 공여국의 지원은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은 긴급구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지게 한다. 대체 국제 구호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가? 현 시스템의 문제와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매년, 국제연합(UN)은 다양한 인도주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국제사회에 요청해왔다. 그리고 매년 요청한 금액과 실제 지원금액은 크게 차이가 나는 현실을 확인해왔다. 2022년 UN이 산정한 필요 예산은 약 400억 달러로, 2009년의 90억 달러 대비 약 4.4배로 증가했다. 반면, 공여국이 최종적으로 지원한 원조금은 요청 금액의 60%에 불과했다. 2020년의 경우 이 비율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2)  

같은 해, 코로나 극복 기금 95억 달러 중 저개발국 지원금은 38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 금액은 서구가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자 투입한 지원금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가령 미국은 코로나 기금으로 1조 9,000억 달러, 유럽연합은 9,0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2020년 10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서방의 정부당국들이 가계와 기업에 지원한 금액은 약 1조 2,000억 달러에 달했다”(3)라고 밝혔다. 2023년 UN은 515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금액의 원조를 요청했다. 아마존 매출의 약 11%, 애플 순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재정조달이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여국이 수혜국을 선정하는 ‘인도주의’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공여국과 수혜국, 민간기금과 공공기금의 전체적인 재원 구조를 따져봐야 한다. 이것들이 인도주의 시스템의 ‘프로세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주의 지원이 굼뜬 이유, 공여국이 일정 지역과 정책을 선호하는 현상 등을 설명해준다. 현재 공공기금의 절반은 자발적으로 원조금을 내는 20여 공여국에 의해 충당된다. 최대 공여국은 미국이다. 그다음을 독일과 유럽연합(개별국이 아닌 기구 차원), 영국, 스웨덴이 뒤따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일부 경제대국(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이 주요 공여국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둘째, 국민총소득(GNI) 대비 지원금이 공여국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다(룩셈부르크,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는 GNI의 0.15% 이상을 지원하는 반면, 미국, 캐나다, 카타르,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은 0.03~0.04%에 불과하다). 이 지수에 따르면, 프랑스는 20대 공여국 안에 들지 못한다.

좀 더 상세히 분석해보면, 문제는 재원 부족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공공기금 배분의 형평성에도 큰 문제가 있다. 가령 2018년 UN은 총 29개국, 34건에 걸쳐 구호기금을 요청했다. 하지만 건별(수혜국별) 원조액은 천차만별이었다. 이라크의 경우 전체 요청금의 약 89%를 모집했으나 나이지리아는 약 67%에 그쳤고, 필리핀과 북한은 약 24%에 그쳤다. 실상 국제 구호기금 ‘충당률’은 요청액 규모에 좌우되지도 않는다. 일례로, 예멘은 총 요청액 31억 달러 중 무려 85%를 지원받은 반면, 아이티의 요청액은 예멘의 8.1%에 불과한 2억 5,200만 달러였으나, 실제로 지원받은 금액은 그중에서도 13%에 그쳤다.

대체 왜 이렇게 원조 규모에 차이가 날까? 이유는 간단하다. 각 공여국이 수혜국과 명분을 선택 및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UN 산하 기구들이 받은 지원금의 약 83%가 공여국이 직접 수혜국을 지정한 경우에 해당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인도주의의 원칙을 훼손한다. 어떤 차별도 없이 필요에 따라 지원해야 하는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재정의 부족과 분배의 불평등. 문제의 원인은 이 두 가지에 그치지 않는다. 저개발국에서 구호활동을 위해 UN에 기금 지원을 요청한 여러 비정부기구(NG)들은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UN이 요구하는 행정절차는 윤리와 안전이라는 이중의 문제를 제기한다.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UN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으려면, 직원과 파트너 등을 의무적으로 관리감독하고 ‘필터링’해야 한다. 일례로, 특수한 소프트웨어로 관련자들이 테러리스트 의심자는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르몽드> 2020년 12월 15일 자 칼럼에서 NGO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새로운 안보 절차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다 보면, 행정 업무와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결국 조직원들은 구호 자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에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긴다.” 

 

국방비 1조 9,000억 vs. 인도적 원조 200억

게다가, 공여국은 필터링 대상을 수혜자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도주의 단체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한창 전쟁 중인 저항세력의 눈에 이 수혜자(NGO)들이 ‘적의 끄나풀’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反)테러법에서 인도주의 단체를 예외로 둘 필요가 있다. 구호단체들은 기본원칙인 중립성(인도주의 지원은 분쟁 당사자 중 어느 한 편을 들 수 없다)과 독립성(인도주의 활동의 목적은 경제적, 군사적 목적과 분리해야 한다)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난 2020년 12월 17일 국가인도주의회의(NHC)에서 프랑스 NGO들은 필터링 대상 확대 방안에 전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프랑스개발청(AFD)의 여러 부서가 여전히 확대안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불거질 위험이 있다.

국제 NGO는 UN으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직접 추가 재정을 조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많은 NGO가 구호단체의 임무를 상업화하거나, 개인 후원자에게 예속되는 결과를 낳을 우려를 감수하며, 민간기금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이처럼 NGO가 매년 모집하는 자금(2020년 67억 달러) 중 민간기금 비율은 약 1/4에 달한다. 국제 NGO들이 직접 캠페인을 통해 후원받는 금액이 85% 이상이며 나머지는 재단 및 기업의 후원에 의지한다. 이 경우에도 넉넉한 재정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 공여국들은 국가별, 위기사태별로 지원하는 액수가 다르다. 특히 구호 대상자들과의 문화적, 언어적, 역사적 인접성에 따라 지원액이 달라진다. 한편 공여국들은 수많은 위급상황 중에서도 특히 환경이나 기술 재앙에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내는 경향이 있다. 2004년 인도네시아를 휩쓴 쓰나미, 2010년 아이티, 2015년 네팔을 강타한 지진, 2020년 레바논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폭발 참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상황이 어렵다고, 이렇게 인도주의 단체의 재정조달 및 활동방향에 대중(주로 서구 시민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좌시하는 것이 타당한가? 더욱이 이런 모델을 따르는 경우, NGO들은 주요 공여국의 후원 논리나 시장만능주의식 인도주의 마케팅에 휘둘리게 된다. 또한 민간기금 모집의 경우에도, NGO들은 개인 후원자의 변덕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후원자들이 지갑을 열게 하려면, 분쟁의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거나, 상품을 홍보하듯 구호민의 모습을 더욱 비참하게 연출해야 할 수도 있다.

저개발국의 현지 NGO들은 이런 재정 조달 모델의 최대 피해자다. 사실상 오늘날 재난 현장에서 활동 중인 구호단체 대부분은 현지 단체가 아닌, 유럽국과 북미국 소속의 단체들이다. 2016년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는 현지 단체에 대한 보다 형평성 있는 재원 재분배를 ‘최우선 권고 사항’으로 제안했다. 당시 현지 단체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전체 인도주의 예산의 2.8%에 불과했다. 이스탄불 정상회의는 2020년 25%라는 목표치를 설정했지만, 결과는 단 3%에 그쳤다. 심지어 당시는 코로나 사태로 방역조치가 강화되고 항공운송이 원활하지 못해 국내 단체 중심의 인도주의 활동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한편 2022년, 구호를 필요로 하는 국가의 현지 NGO에 돌아간 지원금은 1.2%에 불과했다. 2019년 각국은 국방비 지출에 무려 1조 9,0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인도적 원조에는 200억 달러만을 지원했다. 200억 달러는, 실상 프랑스의 ‘경상의료비(한 국가의 국민이 보건의료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지출한 총 비용-역주)’ 충당액의 10%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전 세계의 위급환자를 구하겠다면서, 일국의 경상의료비 충당액의 10%를 지원한 셈이다.

하지만 재정부족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국제 인도주의 재정조달 시스템 전체를 손봐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공여국의 ‘자발적’ 기여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가령, UN이 요청한 구호기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세계은행이 선정한 ‘고소득’ 국가들에 국민총소득(GNI)의 0.03%~0.07%에 달하는 인도주의 원조금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NGO들도 UN이 회원국에 대한 ‘의무적’ 기여를 제도화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그래야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강대국들이 더 많은 원조금을 내게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지 NGO에 대한 재정 지원도 함께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처럼 저개발국에서 현지 단체가 아닌, 서구 정부와 시민의 지원을 받는 서구 NGO들이 활동하는 시스템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글·피에르 미슐레티 Pierre Micheletti
프랑스 기아대책행동 대표. 주요 저서로 『0.03%, pour une transformation du système humanitaire international 국제 인도주의 시스템의 변화를 위한 0.03%』(Editions Parole·Paris·2020)가 있다.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1) ‘The impact on trade and development of the war in Ukraine’, 유엔무역개발회의, 2022년 3월, http://unctad.org.
(2) 이 기사에 언급된, 구호가 필요한 국가에 제공된 모든 인도주의 지원금 관련 정보는 ‘개발 이니셔티브’가 발간하는 ‘국제 인도주의 지원’ 보고서를 참조했다.
(3) Kristalina Georgieva, ‘La longue ascension : surmonter la crise et bâtir une économie plus résiliente 기나긴 등정 : 위기극복과 회복탄력성 높은 경제 건설’, 국제통화기금(IMF), 2020년 10월 6일, www.im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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