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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두 편의 <더문>에 이어 지독히도 외로운 <베리드>로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두 편의 <더문>에 이어 지독히도 외로운 <베리드>로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3.11.20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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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문>(김용화, 2023)에서 시작해 영화에서 영화로 이어 가는 중이다. 지난번엔 같은 제목의 영화 <더문>(던칸 존스, 2009)으로 이어 갔더랬다. 이번엔 <베리드>(로드리고 코르테스, 2010)이다.

 

<베리드>(2019) 포스터

<더문>(2009)과 <베리드>(2010)는 여러모로 닮았다.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인원만 나온다는 설정, 탐욕스러운 기업의 등장, 결국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서로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의 사투가 지독히도 외롭다. <베리드>는 더더욱 그렇다.

 

- 눈을 떴더니, 산채로 땅속 관에 묻혀있다.

영화가 시작하면 화면은 온통 까맣다. 잠시 후 라이터가 켜지고, 주인공 폴과 관객은 동시에 이곳이 관 속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전화벨이 울리고 자신이 납치됐다는 걸 알게 된다. 영화에서 수많은 납치 상황을 봤지만, 최악이다.

 

<베리드>(2010) 스틸

납치범은 몸값을 원하고 있다. 계약직 트럭 운전사로 이라크에 온 폴은 몸값 요청에 난감하다. 몸값을 마련하면 살 수 있을까? 과연 탈출이나 구출이 가능할까?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밖에서는 알고 있을까? 폴은 일단 회사로 전화를 건다. 여러 기계음 안내를 듣다 어렵게 연결이 되지만, 과연 회사든 국가든 자신을 찾아낼 수 있을까?

긴장감을 강화하는 건, 이런 극단적인 상황만이 아니다. 영화는 내내 공간 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관객도 꼼짝없이 관 속에 갇힌 셈이다. <더문>(2009) 역시 달 기지 공간만 등장하지만, 기지가 어느 규모가 되다 보니, 여러 공간이 등장했지만, <베리드>는 오로지 관 속 공간만 등장한다. 관객 역시 꼼짝없이 갇히는 셈이다. 칠흑같이 캄캄한 관 속 공간만이 영화 속 공간이다.

 

- 철저하게 혼자다.

그리도 등장인물도 한 명뿐이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관에 누워있는 폴만 등장한다. <더문>(20090에서도 샘만 등장하지만, 이후 똑같이 생긴 복제인간 샘이 한 명 더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 처음부터 로봇 거티가 함께 한다. 고립된 샘은 자신의 정체를 안 후 또 다른 샘과 거티와 연대하기에 이르지만, <베리드>는 오롯이 폴 혼자다.

<더문>(2009)에서는 비록 짧지만 샘의 회상이나 꿈 장면이 있었고, 영상 통화 속 상대방이 등장해 보였지만, <베리드>는 철저하게 폴 혼자다. 잠시 테러범이 보내온 영상을 보게 되지만, 충격적인 장면이기도 하고, 폴더폰 화면으론 잘 보이지도 않는다.

대신 목소리는 좀 들을 수 있다. 납치범의 목소리, 전화 통화를 위해 들어야 하는 자동 안내 목소리, 회사 직원, FBI 요원, 나중에야 통화하게 되는 아내까지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린다.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미정부 방침을 듣게 되고, 회사로부터는 계약 해지 통보도 듣는다.

끔찍한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구 끝까지 찾아가 구출할 것 같은 정부 차원의 노력이 진행 중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관객은 오로지 관에 갇힌 폴의 입장에서 짐작하고 바랄 뿐이다. 지독하게 외로운 폴의 사투는 과연 해피 엔딩일까?

 

<베리드>(2010) 스틸

작은 공간에 갇힌 주인공이 한 명뿐인 영화라 호기심을 자극했더랬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공포 속에서 지독하게 외롭게 사투하는 주인공을 보며, 각자도생이 자주 언급되는 요즘의 상황도 떠오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공포, 절망, 희망 그리고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영화 <베리드>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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