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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금지법, 올해는 제정될까?
개 식용 금지법, 올해는 제정될까?
  • 한정애 l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 환경부 장관
  • 승인 2023.08.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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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정책가, 한정애 국회의원과의 만남

점점 뜨거워지는 여름, ‘개 식용 논쟁’ 역시 식을 줄 모른다. 올해는 여야가 앞다퉈 '개식용 금지'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28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은 동물권과 환경과의 밀접한 관계를 시사한다. ‘개 식용 종식’을 외치는 목소리가 날씨만큼 뜨거웠던 지난 7월 24일, 한정애 의원을 만나 동물권 핵심 주제들을 짚어보며 동물권 선진국을 향한 그의 철학과 정책, 전망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7월, 여의도 의원실에서 <마니에르 드 부아르> 10호 『동물, 또 다른 시민』을 들고 미소 짓는 한정애 의원.

정치에 특별히 관심이 없다 해도,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종종 귀에 들리는 정치인의 이름이 있다. 바로 한정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2016년,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동물유관단체 대표자 협의(약칭 ‘동단협’)를 중심으로 ‘펫공장’과 ‘펫숍’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귀를 기울인 한정애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1) 이를 계기로 ‘동물권 정책가’의 길에 들어선 한 의원은, 2018년 한국인 최초로 ‘동물대체시험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쉬 프라이즈(Lush Prize) 로비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2)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장관을 지낸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 중에는, 환경과 동물권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동물사료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2017),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17),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 안전관리 법률(2019) 등을 들 수 있다. 

한 의원은 동물권단체들과도 꾸준히 소통해왔다. 2021년 3월 ‘유기견의 대모’ 배우 이용녀 씨의 보호소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직접 방문해 봉사와 위로를 전한 바 있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해온 한정애 의원은, 지난 6월에도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3) 

 

- 2017년부터 실험동물을 위한 법안을 꾸준히 발의했으며, 2018년에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통과시켜 한국인 최초로 러쉬 프라이즈 로비 부문 특별상까지 받았다. 동물실험의 비윤리성(잔혹성)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 효율성(경제성)에 대해서도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동물실험은 종식을 선언할 단계가 아닌지.

“매년 전 세계에서 5억, 국내에서만도 500만에 달하는 동물들이 고통스러운 실험에 희생되고 있다. 그런데, 이 동물실험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 근본적으로, 인간과 인간 외 동물은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전 세계 신약개발 관련 국제표준 기관인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식품의약국)에서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한 약물 중 90% 이상이 임상실험에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FDA는 올해 초 의약품 허가에 있어 동물실험 의무조항을 삭제했다. 그리고 대체방안으로 ▲조직 및 미세생리학적 시스템 ▲컴퓨터 모델링 ▲오가노이드(Organoid, 장기유사체)등의 제작기술인 3D 바이오프린팅(3D Bio Printing)(4) 등을 제시했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동물실험 중단 및 대체시험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것이 전 세계적인 흐름임은 분명하다. 본인도 이런 흐름에 맞춰 지난해 12월,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5) 

이제, 대체시험이 주류가 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현 시점에서 동물실험을 종식시켜도 된다고 본다. 화장품 및 생활용품(샴푸 등)에 사용되는 물질(성분)은 제한적이므로 누적된 데이터만 잘 활용해도 충분하며,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신약개발의 경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체시험의 활성화 속도 등을 볼 때 향후 20년 안에 종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 민법 98조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반려동물 6종(개, 고양이,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페럿)에 ‘물건’이 아닌 ‘제3의 지위’가 부여되면, 적어도 이들 6종에 대해서는 생산(펫공장)과 판매(펫숍)를 금지시킬 수 있을지.

“민법 98조 개정은 동물권 확장을 위한 발판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민법을 개정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개별 법률을 추가적으로 규정 및 개정해야 한다. 이미 동물권을 규정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소위 ‘동물권 선진국’들에서도, 민법 개정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만든 후, 후속 입법을 통해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단계를 거쳤다. 우리도 민법 98조를 개정해 동물에게 제3의 지위를 부여한다면, 이를 근거로 동물보호법 등 개별 법률의 추가 개정을 통해 동물의 생산과 판매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펫공장과 펫숍 문제는 ‘금지’가 아닌 ‘규제’로 풀어야 한다. 무조건 금지할 경우 음성화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폐해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본인이 2016년 대표 발의했던 동물생산업의 허가제의 취지는, 음성화돼 있었던 동물의 생산과 판매를 양성화함으로써 개선하고자 한 것이다. 산업 그 자체는 허용하되 생명체를 다루는 만큼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을 마련해, 그런 기준에 따라 허가받은 업체에 한해 영업을 허용하는 것이 ‘허가제’다. ‘허가’를 ’면허‘ 수준으로 강화함으로써, 대상 동물에 대한 처우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너무 쉽게 동물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쉽게 버리는 등 동물학대가 쉽게 일어난다. 또한 반려견 산책 시 배설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로 인한 갈등도 흔하다. 이런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독일과 같은 반려인 자격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 2017년 동물학대자 소유권 제한을 위한 법을 발의했다.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다. 성범죄자처럼 ‘앱’을 만들어 신상을 공유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견이나 이해관계의 충돌이 적은 사안임에도, 진전이 더딘 감이 든다.

“안타깝게도 이 문제 또한, 민법상 동물이 물건으로 규정돼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우리나라에서는 민법상 소유권을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규정하고 있기에, 민법 개정 없이 소유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현행법상 동물학대가 발생할 경우, 긴급조치로 약 5일간 격리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유자가 해당 동물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학대당한 동물을 학대 현장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동물학대자 앱’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성범죄자 앱’도 활용도가 높지 않은 현실 속에서 해당 앱의 활용도 및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4%가 “동물과 물건의 법적 지위를 구분해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또한 국민 4명 중 1명이 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며 같이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것은 우리 법체계가 국민의 감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가 민법 개정안 처리를 약속하고,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유권과 관련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강력하게 반대해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사법부는 국민의 감수성을 반영해, 민법 98조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정애 의원은 2018년 한국인 최초로 ‘동물대체시험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쉬 프라이즈(Lush Prize) 로비 부문을 수상했다.(사진제공-러쉬코리아)

- 국내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은 개, 고양이,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페럿 총 6종이다. 이들 중 식용산업의 대상이 되는 것은 개, 그리고 토끼도 있다. ‘개 식용금지’에서, 토끼까지 포함해 ‘반려동물 식용금지’로 확장해야 하지 않을지.

“법적으로 식용 가능한 가축은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정하는데,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는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식품원료로 사용 가능한 품목은 식품위생법의 식품공전에서 정하는데, 개고기는 식품원료에 해당되지 않는다. 해당 법을 위반할 경우, 5천만 원 이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개 식용은 ‘이미’ 불법이다. 단지 관습이라는 이유로 법 적용을 유예하고 있는 것이다.

축산법위생관리법상 가축에 속하는 동물 종은 토끼 외에도 사슴, 거위, 메추리, 꿩, 당나귀, 칠면조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들 중 당나귀도 제외시키고 싶다. 그러나, 식용금지 범주를 토끼까지 확대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개 식용금지에 대한 논점을 흐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개 식용 종식을 외치는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우선 개의 사육 및 도살 방식이 대단히 비윤리적이고 비위생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개가 인간과 가장 오랜 세월 많은 교감을 나눠온, 대표적인 반려동물 종이기 때문이다. ‘대표 반려동물’ 개의 식용을 금지한다면, 다른 동물 종에 대한 인식 및 제도 개선을 자연스럽게, 신속하게 앞당길 수 있다.

한 마디로, 지금은 개 식용 금지에 집중할 때다.”

 

“그간의 노력들이 쌓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국민들은 계속 목소리를 내주시길”

 

- 지난 6월 28일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해주셨다. 많은 동물권 운동가들은, 2018~2019년 문재인 대통령 시절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될 줄만 알았다. 그때 가졌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개 식용 종식을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격려와 당부를 부탁드린다.

“이해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국내 동물권 관련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개 식용 종식 등 동물권 제고에 주력해온 개인과 단체에서는 노력과 기대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개 식용 금지법 제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도 21대 국회부터인 걸 감안하면, 실상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설립된 개식용종식위원회도 국내에 관련 논의를 활발하게 한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 증거로, 개 식용 문제에 무관심하던 집권여당(국민의힘) 의원들도 개 식용 금지를 위한 입장과 법안을 내고 있다. 즉, 그간의 노력들이 축적돼 오늘에 이른 것이다.

국회는 국민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입법은 국민의 인식과 감수성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 속도가 노력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더라도, 노력과 기대를 거두지 말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 그러면,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 환경은 개 식용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다. 개 농장 등 각종 밀집 사육장, 불법 번식장의 환경파괴적 측면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하지 않을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과거 방목의 형태이던 축산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공장식, 밀집 사육 형태로 변질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환경이 수용 불가할 수준의 가축 분뇨가 발생하고, 이를 처리(정화)하지 못해 인근 토양과 하천 등에 그대로 방류돼 지역사회의 심각한 오염원이 되고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암모니아 총 배출량의 82.3%인 23만 7,000톤이 농업·농촌 분야에서 배출된다. 그중 축산분뇨가 91.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2019년, 국립환경과학원이 2016년 기준으로 발표). 암모니아는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가스상 물질과 결합해 2차 미세먼지를 만드는 주요 물질이다. 또한. 소가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온실가스 효과가 높다.

공장식 축산이 기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채택한 ‘기후변화와 토지에 대한 특별보고서’에서 “육류 섭취를 줄일수록 더 좁은 면적의 토지에서 더 많은 식량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도 감축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대체육, 배양육 등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비건(Vegan)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이런 대안들이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동물권, 환경 침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앞으로 비건 산업과 문화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관련 법을 발의하고 제도지원을 할 계획이다.”

 

 

글·김진주
본지 홍보위원. 동물권 문제는 모든 사회적 문제(환경, 노동, 여성, 장애인, 이주민, 난민, 식민지 등)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 활동하고 있다.


(1) [의안번호 2001958]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한정애 의원 등 19인), 동물생산업의 허가제 등, 2016년 8월 30일 발의.
(2) ‘잔인한 동물실험, 대안이 필요하다(2018 러쉬 프라이즈 한국인 수상자 2명 탄생)’, 김진주, <UPI뉴스>, 2018년 11월 19일.
(3) [의안번호 2122926]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한정애 의원 등 11인), 2023년 6월 28일 발의.
(4) 3D 프린터와 생명공학이 결합된 인쇄기술. 살아 있는 세포를 원하는 형상 및 패턴으로 적층해 조직 및 장기를 제작함으로써 생체 조직 대체 효과를 볼 수 있다.
(5) [의안번호 2119112]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한정애 의원 등 13인), 2022년 12월 23일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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