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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 프리드먼의 동상을 무너뜨려라!
밀턴 프리드먼의 동상을 무너뜨려라!
  • 로라 랭 | 독립 저널리스트
  • 승인 2021.06.30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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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약속은 진심일까?

양치기개처럼 행동하도록 늑대를 조련한다는 생각이 주기적으로 떠오른다. 시스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효율적인 새로운 방법과 함께 또다시 희망이 움튼다. 직장에서의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고 주주, 경영자, 직원이 평화적으로 소통하게 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명을 다하는 기업’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말이다.

 

“여러분은 밀턴 프리드먼의 동상을 무너뜨렸어요!” 

2020년 6월 26일 에마뉘엘 파베르 (당시) 다논 CEO는 의기양양했다. 이날 열린 다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2019년 ‘기업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행동계획(Pacte)’법에 의거해 신설된, ‘사명을 다하는 기업(Entreprise à Mission, 이윤창출 외에 사회적 목적을 갖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역주)’ 지위를 찬성 99% 이상의 표결로 채택했다.

이런 언행은 증시에 상장된 프랑스 기업 경영자들 중에선 최초이며, 또한 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에 대한 조롱이다. 이제 거대 식품기업, 다논의 ‘존재 이유’는 이윤창출에 그치지 않고, 한층 고상하게 ‘건강증진’ 및 ‘지구보전과 자원재생’까지 아우르게 됐다. 경제언론에서 즐겨 칭하길 ‘인본주의를 표방하는 이색적인 경영자’ 파베르 CEO는 사무실에 걸린, 리 제프리즈가 찍은 홈리스의 사진을 매일 바라보며 연 1,200만 유로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포기했다.

 

비효율적인 기업 지배원칙

2020년 11월, 다논이 갑작스레 2,000명 감원계획(프랑스에서 400~500명, 다논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인원감축안)을 발표했을 때, 다논은 ‘살아있는 기업 모델, 인간에게 봉사하는 경제를 재창조’(1)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논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가는 하락했고 다논의 수익성은 경쟁사인 네슬레, 유니레버보다 떨어졌다. 파베르 CEO는 “고통스러운 상황이지만 수익성과 수익 보전은 기업의 근간”이라고 2020년 11월 24일 <프랑스 앵테르(France Inter)>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4개월 후, 파베르는 대표직에서 쫓겨났다.

“존재 이유’를 규정하고 보다 폭넓게 ‘공공복지를 위해 노력한다.” 블랙록(BlackRock,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역주)(2)의 래리 핑크 회장이, 2018년 이후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에 보낸 연례서한에서 요구한 사항이다. 핑크 회장은, “올해 특히 탄소중립계획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는 석탄산업에 투자한 850억 달러를 거둬들이지는 않았다. 2019년 8월~2020년 8월, 기업들에게 기후변화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 주총 결의안 중 무려 90%에 블랙록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은 무시하자. <뉴욕타임스>는 핑크 회장의 태도에 대해, ‘자본주의의 본질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월스트리트 내 상당히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3)

안타깝게도, 2019년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서 활발히 언급된 ‘기업지배구조 원칙’은 효율성을 높이지 못했다. 애플이나 보잉, JP 모건 체이스, 아마존 같은 미국 거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한 로비단체 BRT는 당시 “이제 더 이상 그들의 주주에게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해 관계자’의 번영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언서에 서명한 기업들의 사회·환경법 위반율은, BRT 선언에 서명하지 않은 기업들보다 훨씬 높다.(4) 기업의 높은 사회적(윤리적) 성과는 경쟁력(수익성)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EU 공식 이론도 있지만, 윤리성과 수익성은 대개 양립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프랑스의 국제 비즈니스 스쿨인 HEC의 보고서(5)에 의하면, 사실상 투기 자금이 사회적 책임을 ‘표방하는’ 기업을 겨냥하는 경우가 2배 이상이라고 한다.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들은, 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토마 라마르슈는 “신자유주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전문화하고 도구로 만들었다”라고 지적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지나친 자본화와 단기주의 전략(Short-termism)을 비난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질서를 수용하게 만든다. 팍트(Pacte)’법의 기초를 만든 이 보고서의 공동저자, 장 도미니크 세나르는 2018년 프랑스 경제 일간지 <레 제코(Les Échos)>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명확히 밝혔다. 

“영광의 30년(2차 세계대전 이후 1945~1970년 중반까지 유럽과 미국의 경제가 가장 부흥했던 시기-역주)은 풍요로웠지만, 복지국가는 소멸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자유주의를 새로이 만들어야할 필요성이 대두됐어요. (…) 왜냐하면 연대적인, 완화된 자유주의의 길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매우 중대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란 조끼’ 운동이 발발하기 몇 달 전 당시 미쉐린 타이어의 최고경영자였으며, 현재 르노 회장인 세나르의 설명이다.(6) 2년 후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자, 현재 직장인 르노로 이직한 세나르는 프랑스에서 4,600개, 해외에서 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보증한 50억 유로 융자 혜택을 받았음에도 말이다. 

 

사회적 책임은 사회주의 시각을 전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새로운 조항은 여러 공기업의 민영화 규정을 다루는 동일한 법률에서 비롯된다. 파리공항관리공단도 민영화될 운명일까? 파리공항관리공단이 ‘책임감 있게 전세계의 승객을 맞이하는 공항을 상상하고 활용한다’라고 새로운 ‘존재 이유’를 규정했기 때문에 파리공항관리공단의 민영화가 그렇게나 문제가 되는 걸까? 여기에 대한 대처방안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2006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보수당 대표는 영국의 CEO들을 앞에 두고, 여전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훔친 수단으로 이루어낸 사회주의’로 간주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책임 있는 관행을 채택할수록 (…) 통제 및 규제완화에 대한 요청을 더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7)

마찬가지로, EU가 제창한 규제완화운동은 ‘사회적 책임’의 ‘자발적 조치’를 통해 기업의 ‘법적 의무를 초월’하자는 브뤼셀 EU본부의 요청을 수반한 것이다.(8) EU의 권고에 따라 투자를 유치한 프랑스 우정사업본부의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2020년 경영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75점을 받았다. 이는 기업의 비재무적 지표를 평가하는 비지오 아이리스사로부터 받은 역대 최고점수인데, 전기차량보유 규모와 장애인 채용률 7%가 크게 작용했다. 강제 직무 재조정으로 인해 지난 2년간 직원 50여 명이 자살한 사실은 고려되지 않은 듯하다.

기업의 역할에 대한 인본주의적 선언 자체가 해로울 건 없더라도, 이를 마케팅 활동에 한정 지을 것은 아니다. 자본가들 사이에서도, 반(反)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선언은 합의된 적이 없다. 더 이상 소유 경영자가 기업을 이끌지 않는 특수성을 가진 현대적 주식회사가 급증하던 1950년대, 미국에서 기업의 합목적성에 대한 논쟁이 제기됐다.(9) 세습재산이라는 동인이 없는 전문 경영인이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까? 경제학자 하워드 보윈은 기업 대표의 ‘사회적 책임’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해답을 제시했다.(10) 기업을 소유하지 않았더라도 ‘모든 이해 관계자’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통성이 생길 수 있는데, 인도적 사회공헌 활동도 이에 속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 활발했던 저항운동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보다 강화·강제됐는데, 신자유주의 사상가들은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에 수익성 외 다른 사명을 부여함으로써, 기업이 정당화된 권력의 공간이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프리드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론은 자원 분배 결정에 알맞은 것이 시장메커니즘이 아니라 정치메커니즘이라는 사회주의 시각을 수용하는 것을 전제한다”라고 지적했다.(11) 1960년 록펠러 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말했다. “우리가 ‘다른 종류의 정부에 대해 언급한 것과 동일한 종류의 질문을 이런 민간 정부가 수용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면, ‘동의에 기반한 정부의 민주적 전통과 비즈니스 세계의 필연적으로 계층적이고 권위적인 절차’ 사이에 모순이 생긴다.”(12)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는 “모든 계몽 군주제는 결국 혁명을 불러왔다”라는 불변의 진리를 상기시켰다.(13)

이를 거부하며 197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평화로운 비전을 장려하는 ‘새로운 기업이론’을 세웠다. 계층구조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책임은 잊혀졌다. 자유 주체와 동등한 주체 간에 집단적인 계약관계만 존재한다. 이런 공격은 ‘이해 관계자’(14) 개념을 주주와 같은 선상에서 고려하도록 하는 이론처럼, 1980년대 계속 발전해온 CSR 이론이 탈정치화할 수 있게 했다.

 

자본주의자가 CSR에 적대적인 이유

프랑스 CSR 역사의 최신 사례를 보자. ‘팍트’법은 최초로 민법에 정의된 기업의 사회적 목적을 수정했다. 이제 기업은 ‘기업 활동에 따르는 사회적, 환경적 과제’를 고려해야 한다. 작은 진전의 하나로, 장 필립 드니 경영과학 연구원은 “정부는 특히 경영자들이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도록, 그들이 형법을 조작하지 못하게 했다”라고 밝힌다. 사실 몇 번의 항의 후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는 신속하게 법을 받아들였다. MEDEF는 심지어 2019년 1월 ‘책임 있는 성장을 위해 함께 행동한다’라는 존재 이유를 채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드먼 전통을 고수하는 프랑스 자본주의자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CSR의 수사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다. 경제적 자유주의 신념을 가진 기업 대표로서 2018년 MEDEF 회장직에 도전했던 장 샤를 시몽은 법적인 문제보다는 문화적인 위험성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에 어떤 권한을 부여한다는 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사과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비난합니다. 기업은 결코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끝없는 악순환에 빠지는 겁니다.” 

파베르 다논 CEO가 자신의 연봉을 낮추겠다고 발표하자, 옥스팜은 파베르에게 추가적인 조치와 ‘다논의 사회, 환경부문 변화에 그만큼의 금액을 사용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배당 가능한 이익의 상한선을 목표로 설정하겠다는 약속”을 요구했다.(15) 시몽 대표는 ‘혁명을 피하려는’ CSR 옹호자들에게 공감하는 한편, “차라리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왜 자본주의가 필요한지 설명하는 교육을 하는 편이 낫다”라고 주장한다. CSR의 비민주적 성격에 대한 시몽의 비난은 더욱 예상 밖의 일이었다. “지구를 구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주주총회의 역할이 아닙니다. CSR은 공동의 이익을 사유화합니다. 기업이 합법적이지만 무책임한 행동을 한다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에 벌금(세금)을 부과하거나 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지요.” 

역설적으로 그의 입장은 부분적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와 일치한다. 라이시는 CSR이 ‘무법적’이라고 평가한다.(16)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법입니다. 가령 ‘이해 관계자’ 개념을 주주와 동일하게 고려하는 이론처럼, 법을 통해 기업의 결정과정에 직원들의 권한을 늘리거나, 기업활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공동체에 보상금을 지급한다거나, 법인세를 인상하는 겁니다.” 

 

 

글·로라 랭 Laura Raim
독립 저널리스트. 공동저서로 『Casser l’euro : pour sauver l’Europe 유로화 부수기 : 유럽을 위하여』(Les liens qui libèrent, 2014)가 있다. 

번역·조승아
번역위원


(1) 파베르 당시 다논 CEO의 주주총회 연설,  2020년 6월 26일.
(2) Sylvain Leder, ‘BlackRock, la finance au chevet des retraités français 블랙록, 프랑스 은퇴자들의 자산운용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0년 1월.
(3) Andrew Ross Sorkin, ‘BlackRock’s message : Contribute to society, or risk losing our support’, <The New York Times>, 2018년 1월 15일.
(4) Aneesh Raghunandan & Shivaram Rajgopal, ‘Do socially responsible firms walk the talk?’, 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 (SSRN), 2021년 4월, https://papers.ssrn.com
(5) Mark R. DesJardine, Emilio Marti & Rodolphe Durand, ‘Why activist hedge funds target socially responsible firms : The reaction costs of signaling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New York, 2020년 4월 22일.
(6) Muriel Jasor, Jean-Dominique Senard, ‘Le sens et le pourquoi nourrissent la motivation 동기 부여의 의미와 이유’, <Les Échos>, Paris, 2018년 6월 8일.
(7) ‘Business in the Community’ 단체 행사에서 캐머런 당시 보수당 당수가 행한 연설, 2006년 5월 6일.
(8) ‘Green book. Promote a European framework fo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유럽 집행위원회, Bruxelles, 2001, https://eur-lex.europa.eu
(9) ‘윤리적 경영주의’에 대한 논쟁의 역사는 다음 책 참조. Grégoire Chamayou, 『La Société ingouvernable. Une généalogie du libéralisme autoritaire 통치할 수 없는 사회. 권위주의적 자유주의의 계보학』, La Fabrique, Paris, 2018.
(10) Howard Bowen, 『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 Harper, New York, 1953.
(11) Milton Friedman ‘A Friedman doctrine – 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 <The New York Times>,  1970년 9월 13일.
(12) ‘The power of the democratic idea’, Rockefeller Brothers Fund Special Studies Project의 6차 보고서, Doubleday, Garden City (New York), 1960.
(13) Peter F. Drucker, 『The New Society : The Anatomy of the Industrial Order, Harper, New York, 1950.
(14) R. Edward Freeman, 『Strategic Management : A Stakeholder Approach, Pitman, Boston, 1984.
(15) ‘Lettre ouverte du Mouves et Oxfam à Emmanuel Faber, PDG de Danone 무브(Mouves, 사회적 기업 운동)와 옥스팜(구호단체)이 당시 다논의 에마뉘엘 파베르 CEO에게 보낸 공개서한’, 2020년 6월 25일, https://impactfrance.eco
(16) ‘The sham of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Robert Reich, 2019년 12월 31일, https://robertreic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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