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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정이>에서 <서울의 봄>으로 #2, 선택에 대하여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정이>에서 <서울의 봄>으로 #2, 선택에 대하여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3.12.1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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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정이>와 <서울의 봄>에서 발견하는 순응과 대항 상황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선택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결국 순응하든 대항하든, 혹은 외면하든 모든 건 선택의 문제이니 말이다.

 

<서울의 봄> 포스터

<서울의 봄>은 12월 12일 밤 9시간 동안 이루어진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담아낸다. 반란군에 가담하느냐는 선택부터 상부의 지시대로 저 문을 여느냐, 그만두느냐는 등 선택의 상황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선택을 강요받는 사람도 많고, 기꺼이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예’와 ‘아니오’ 중 한쪽을 선택하기 위한 고민이 이어진다. 

 

<서울의 봄>에서 헌병감 김준엽(김성균)
<서울의 봄>에서 특전사 소령 오진호(정해인)

<정이>의 서현(강수연)과 <서울의 봄>의 이태신이 소신껏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이, 어떤 이들은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순응과 복종을 강요당한다. <정이>에서 로봇 정이와 로봇 상훈은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로봇 정이는 실험용 시뮬레이션 전투를 실제 전투라 여기며 참전해 극심하게 다치고, 폐기된다. 그러면 또 다른 로봇 정이가 시뮬레이션 전투에 투입되고, 참전과 부상, 폐기가 무한 반복 중이다. 서현의 상사이기도 한 상훈은 팀원들에겐 잔혹하게 굴며 회장에게 과잉 충성 중이다.

 

<정이>에서 정이

<서울의 봄>에서도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병사들이 나온다. 그들은 상부의 선택으로 인해 반란군 혹은 진압군이 된다. 게다가 밀당 중인 상부 덕분에 이랬다저랬다 명령은 바뀐다. 어느 명령에 복종해야 할까? 그 와중에 안타까운 죽음도 발생한다.

 

<서울의 봄>에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저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내가 만약 반란에 참여하라는 혹은 최소한 외면 하라는 회유 전화를 받았다면 받아들이겠는가? 내가 만약 아군에게 총을 겨누라는 명령을 받았다면? 나에게 선택의 기준이란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내게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찌하겠는가?

훗날 ‘군사 반란’이라고 명명된 일이지만, 12.12 직후 꽤 오랜 시간 반란군이 집권 세력이었고, 현재도 그 세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 않는가? 먼저 법과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사전에 약속한 매뉴얼이 얼마나 견고하고 정당하냐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만약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악법도 법이라는 말도 있다지만,)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얼마나 용감하게 지킬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물론 각각의 원칙과 소신이 모두 같지는 않을 테니, 얼마나 설득하고 설득당하느냐의 문제가 남긴 한다.

올 한해 내가 했던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특히 그 선택의 기준,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과연 훗날 후회하진 않겠는지.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으니, 모든 선택을 만족하게 되진 않겠지만, 선택의 순간 치열하게 고민한 나름의 기준이 있다면 덜 후회하지 않을까?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 보고 싶다. 나에겐 매 순간 선택의 기회가 제대로 주어졌는가?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 선택의 기회를 주었는가?

참 많은 생각과 고민을 던지는 영화 <정이>와 <서울의 봄>이다. <서울의 봄>은 1천만 관객 동원을 기대하고 있다. 아마도 이 영화 관람을 선택한 사람 중 상당수는 나름의 지점에서 검색과 고민, 생각 중일 것 같다. 충분히 찾아보고, 고민하면 좋겠다. 영화의 여러 영향력 중 하나인데, 마음껏 누리는 것도 관객의 특권이니 말이다.

<더문>(김용화, 2023)에서 시작한 영화잇기는 <서울의 봄>으로 끝낼까 한다. 중간에 예전 영화들을 좀 돌아왔지만, 시작과 끝은 올해 개봉 영화였다. 내용이나 형식적인 면에서 다른 영화이지만, 두 영화 모두 한국영화계가 해낸 과감한 선택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 영화는 현재와 더불어 과거와 미래를 모두 담아내고 있다. <더문>을 통해 가까운 미래 달 탐사를 목격했고, <서울의 봄>을 통해 과거 12.12군사반란도 목격했다. 영화적 상상력과 그 상상을 시청각화 할 능력을 갖춘 한국영화의 다양한 작품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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