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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에 주목하는 와인업계의 사회적 책임경영
ESG에 주목하는 와인업계의 사회적 책임경영
  • 안치용 ESG연구소장
  • 승인 2024.04.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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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클린캠페인이 진행되었던 제주 아피로 와인바

 

글 안치용
인문학자 겸 평론가로 영화·미술·문학·정치·신학 등에 관한 글을 쓴다. <크리티크M> 발행인이다. 특히 ESG 전문가로,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을 주제로 활동하며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2023년 이상기후로 와인 생산량 62년만에 최저

2023년도 기후위기로 이상기후가 속출하면서, 와인업계가 환경과 생태를 중심으로 한 ESG 경영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상기후는 농업에도 영향을 미쳐 2023년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이 6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ESG경영은 기업활동 전반에 비재무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를 도입한 경영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기후위기에 대한 와인업계의 반응은 민감하다. 프랑스 디종(Dijon)에 위치한 ‘국제 포도 및 와인 기구(OIV)’는 2023년 세계 와인 생산량이 이른 서리, 폭우, 곰팡이, 가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7%가량 줄어든 244억 리터로 추산된다고 2023년 11월 7일 밝혔다. 이 같은 생산량은 1961년 214억 리터 이후 최저치다. OIV는 세계 와인 생산량의 94%를 차지하는 29개국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해 이같이 전망하면서 유럽연합(EU)과 남반구의 작황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주요 생산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곰팡이와 가뭄으로 포도 재배가 피해를 보면서 지난해보다 각각 12%, 14% 생산량이 줄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는 세계 최대 생산국 지위를 잃었고 지난 5년 평균 생산량보다 3% 증가한 프랑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남반구에선 대표적 와인 생산국인 호주(-24%), 아르헨티나(-23%), 칠레(-20%), 남아프리카공화국(-10%) 등에서 포도 작황이 나빠 와인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전 세계에서 와인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인데다 재고량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생산량 감소가 시장의 수급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는 2023년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인 농가에 2억 유로의 예산을 편성해 약 2억 리터 와인의 폐기를 지원했다.

 

탄소 저감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포도 부산물의 변신

포도 찌꺼기 가죽의 부상

평균적으로 한 해에 전 세계적으로 약 260억 리터의 와인이 생산되면 포도 껍질·알맹이·줄기 등의 형태로 약 60억 리터 이상의 부산물이 생긴다. 탄소 저감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흐름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와인 산업에서 이 문제 해결에 고심하는 가운데 부산물을 활용한 가죽 생산이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시되고 있다. 와인 생산 부산물을 줄이면서 기존 피혁업계의 탄소 배출도 줄이는 이중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기후위기 시대의 총아로 떠오르는 중이다.

오드버드의 ‘Unwasted’
출처: 오드버드
오드버드의 ‘Unwasted’
출처: 오드버드

무알콜 와인을 생산하는 스웨덴 기업 오드버드(Oddbird)는 지난해에 포도 찌꺼기로 만든 인조가죽을 활용해 가방 등 다양한 패션용품을 출시했다. ‘Unwasted’라는 브랜드로 출시한 상품은 버려진 캔과 우유 상자를 본떠 만들어졌다. 상품에 쓴 인조 가죽은 프랑스 남부 플래닛오브더그레이프(Planet of the Grapes)라는 곳에서 납품받았다. 포도 찌꺼기를 햇빛 아래서 자연 건조한 뒤 미세한 가루로 만들어 천연재료와 섞어 가죽으로 만든다. 제조과정에 플라스틱은 투입되지 않고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전체 과정은 4~5주가 걸린다.

오드버드가 포도 찌꺼기 혹은 와인 부산물 가죽을 활용해 패션상품을 만든 최초 기업은 아니다. 패션업체 듄런던(Dune London)도 비슷한 시기에 와인 부산물인 포도 껍질로 만든 가죽 소재로 운동화를 만들어 ‘레린스(Lerins)’란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에르메스, 리포메이션(Reformation),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비제아(Vegea) 등이 와인 부산물 등을 이용해 식물성 가죽으로 패션용품을 만들고 있고 오드버드 등이 가세하며 식물성 가죽은 패션업계의 급성장 트렌드로 부상했다.

선인장, 콤푸차, 버섯 등도 식물성 가죽의 원료로 쓰이지만 와인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부산물을 활용한 포도 찌꺼기 가죽은 와인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어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식물성 가죽은 내구성에서 소가죽에 밀리고 제품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패션업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우레탄을 코팅한다. 스텔라 매카트니와 레린스는 수성 폴리우레탄을 사용하는 반면 올버즈는 100% 식물 가죽을 고수한다. 식물성 가죽에 폴리우레탄을 코팅하면 내구성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제품의 생분해성이 훼손된다. 따라서 플라스틱 코팅은 현재로선 미봉책이고 시장이 원하는 만큼 소가죽에 근접한 내구성을 지닌 천연 식물성 가죽이 조만간 발명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포장에도 포도를?

포도 찌꺼기를 활용한 식물성 가죽은 다른 산업으로 연관을 확장한 사례이고, 와인 산업 내에서도 포도 찌꺼기를 이용하여 재활용하는 움직임이 있다. 프랑스 명품그룹 LVMH의 계열사인 샴페인 브랜드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는 2013년에 친환경 샴페인 케이스 ‘내추럴리 클리코’를 선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재료가 감자 전분에 머물렀다.

2015년엔 샴페인 양조 과정에서 생기는 포도 찌꺼기와 종이를 혼합해 2013년 버전보다 내구성을 높였다. 이탈리아의 종이 제조업체 파비니, 영국의 캐비닛 메이커 DS스미스와 공동으로 샴페인 병을 2시간 동안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절연 기능까지 갖췄다.

이후 업계에서 케이스에 머물지 않고 아예 병을 종이로 바꾼 사례가 등장했다. 유리병을 만들 때 나오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료비가 늘면서 유리병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기업 오카도는 종이병에 담긴 와인 ‘로마에서 생긴 일’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종이병 와인은 무게가 유리병 와인의 5분의 1 수준이며 탄소 배출량 또한 유리병의 16%에 불과해 친환경 소비를 원하는 고객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와인 용기로서 유리병의 입지가 당장 흔들리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환경과 온실가스를 고려한 다양한 용기의 출현은 불가피해 보인다.

와인반명
출처: 대선주조

국내에서는 부산 최고(最古) 향토기업인 대선주조가 소주병에 와인을 담아 판매하는 역발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선주조가 2022년 9월 CU 편의점과 함께 선보인 ‘와인반병’은 소비자가 가격과 용량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 1인용 데일리 와인이다. 칠레 대표 와인 산지인 센트럴 밸리에서 생산된 카버네 소비뇽 레드 와인으로 빈티지는 2021년, 알코올 도수는 13%다. 오프너로 코르크 마개를 따야 하는 기존 와인의 불편함을 없애 손으로 간단하게 돌려 딸 수 있게 했다. 휴대하기 간편해 캠핑이나 야외 행사에도 제격이다.

이러한 설명을 간단하게 한 마디로 줄이면 “기존 소주병에 와인을 담아서 팔고 있다”이다. 그동안 일반 와인병이 재활용이 어려워 대부분 폐기되거나 매립된 상황에 주목해 ‘와인반 병’은 소주병에 와인을 담았고 이에 따라 마신 후 공병을 재활용할 수 있다. 소주를 담은 병에 와인을 담아 팔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가치소비에 주목한 역발상 마케팅의 성과이다.

 

2023년 나라셀라의

ESG경영 하이라이트

요즘 업종을 막론하고 ESG경영이 봇물이다. 주류업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형 맥주업체가 맥주 박스를 활용한 탄소 절감에 나서는가 하면 1997년 설립돼 2023년 6월에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된 나라셀라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창취업 교육과 제주도 플로깅 등으로 ESG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간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반을 아우르는 ESG의 거대한 개념에 비해, 기업들의 활동은 ‘환경’에 국한되는 면이 있어 한계로 지적받아왔다. 때문에 나라셀라의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그간의 한계를 타파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된다. 나라셀라는 상장을 계기로 사회공헌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ESG경영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나라셀라 新-Year 와인교육 프로그램

나라셀라는 와인업계 성장을 함께할 전문인의 육성 및 상상을 목표로 2023년 8월 30일~10월 25일 나라셀라가 운영하는 와인 복합문화 공간인 서울 강남구 도운빌딩에서 ‘나라셀라 신이어(新-Year) 와인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모두 8회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1~6회 와인 부문, 7~8회 비즈니스 부문 등 크게 두 부문으로 구성됐고, 나라셀라 ‘와인문화연구소’ 신성호 이사, ‘이인순 와인랩’ 이인순 대표, 한국 와인 시장 분석가인 정휘웅 와인 칼럼니스트 등 20년 이상 실무 경험을 갖춘 검증된 강사진이 교육을 맡았다.

신 이사는 “와인 소매점 분야에서 창업하거나 취업을 원하는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와인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필요한 실질적 지식을 제공하며, 교육 종료 후에 희망하시는 분에 한해 나라셀라의 매장에서 체험 근무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이 프로그램의 목적을 설명했다. 교육 과정은 일체 무료이며 와인의 기초부터 테이스팅 스킬, 주요 포도품종과 주요 와인 생산국 등 와인을 중심으로 스피릿과 사케, 와인 비즈니스를 아우루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1965~198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 중 사전에 참가 신청을 받아 그중 기본적인 와인지식을 보유한 23명을 선발하여 전원 수료했다. 선발대상을 기본지식을 보유한 사람으로 한정한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와인업계의 창업과 취업을 위한 준비 과정인 점을 감안했다.

 

교육참가자 인터뷰

이혜진 씨

와인업계에 종사하는 배우자와 평소 와인을 즐기고 시장 동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꾸준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사업과 내 적성에 맞고 관심이 있는 와인샵 창업을 염두에 둔 상황이라, 와인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뿐 아니라 와인샵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여 참여했다.

와인 부문과 비즈니스 부문을 모두 아우르는 세심하게 준비된 탄탄한 커리큘럼과 시음하면서 다양한 와인을 접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러 분야 수강생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는데, 공통 관심사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 유익한 경험이었다.

이문종 씨

와인을 20년 정도 즐겼다. 다른 와인 교육에 몇 번, 와인 시음회도 수차례 참여했다. 와인을더 체계적으로 알고 싶어서 나라셀라 프로그램에 신청했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프로그램이 다른 수업에 비해 알찼다. 와인 외에 스피릿이나 사케를 정식으로 다뤄주어서 좋았다. 강사들의 열의가 대단했다. 투자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투자, 또는 직접 사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후에 나라셀라에서 와이너리 투어 등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참여하고 싶다.

권** 씨

교육 과정을 마치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 멋진 과정이었다. 주 1회, 2시간씩 8주를 진행하여 총 16시간으로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와인 제조방법, 와인의 종류, 나라별 대표 포도 품종 및 특징, 스피릿과 사케, 그리고 와인 미디어와 비즈니스까지 정말 꽉 찬 콘텐츠로 채워진 프로그램이었다.

간단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강사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현장 경험, 전달력 높은 강의로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어 ‘와인 일타강의’를 들은 느낌이었다. 매회 배운 와인을 직접 바로 체험할 수 있게 시음 기회가 있었던 것이 좋았다.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신이어 프로그램 1기 동기들과 지속해서 교류하며 와인을 함께 더 즐기고 와인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아름다운 제주 바다 지켜요!” ‘돈나푸가타 클린 캠페인’

나라셀라의 ‘돈나푸가타 클린 캠페인’은 제주시 이호테우 해변 일대에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봉그깅’ 활동으로 제주 해양 쓰레기 수거 청년 단체 ‘디프다 제주’를 포함, 제주시에 거주하는 2030세대 20명이 참여한 가운데 2023년 7월 1일 열렸다. ‘봉그깅’은 ‘봉그기’(‘줍다’는 의미의 제주 방언)와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지칭하는 ‘플로깅(Plogging)’의 합성어이다. ‘봉그깅’은 이날 이호테우 해변 3Km를 걸으며 진행됐다.

나라셀라 장효정 과장은 “돈나푸가타 와이너리가 위치한 시칠리아와 제주도는 화산섬, 토속적인 작물과 풍부한 식생을 보유하고,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름다운 섬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시칠리아와 제주도를 잇는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자는 마음을 담아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돈나푸가타는 160년의 전통을 가진 시칠리아 와이너리로 이탈리아 와인생산자협회 ‘그란디 마르키(Grandi Marchi)’ 회원이다. 30년 전부터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또 세계 최초로 해안 지역에서 수집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만든 노마코르크(Nomacorc)를 채택한 와인 제품을 출시하는 등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기술을 와인 산업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봉그깅’을 끝내고 ‘돈나푸가타의 밤, 와인 디너’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나라셀라 측에서 돈나푸가타 브랜드 스토리와 와인들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은 이 와인들과 어울리는 식단으로 구성된 저녁을 즐겼다.

‘봉그깅‘과 디너에 참여한 임승범 씨는 “여름철 관광객에게 인기 높은 이호테우 해변 일대는 쓰레기가 많아 늘 안타까웠다”며 “‘돈나푸가타 클린 캠페인’을 통해 깨끗한 제주 바다를 마주할 수 있어 매우 보람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 해당 기사는 나라 셀라의 협찬으로 편집ㆍ제작되는 와인 매거진 6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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