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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시뮬레이션이 된 영화 <서울의 봄>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시뮬레이션이 된 영화 <서울의 봄>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4.12.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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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봄>(김성수, 2024)이 천만 관객 돌파를 축하한 지 딱 1년이 지난 지금, 역사는 새로운 장면을 쓰고 있다. 12월 3일 비상계엄령이 발표되고, 하루 만에 12월 4일 게엄령이 해제되었으며,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는 격변의 순간들이 이어졌다. 영화 속 과거가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서울의 봄>은 최근 여러 시상식을 통해 다시 조명되던 중이었다. 지난 11월 20일 제44회 영평상에서 감독상(김성수)을 수상했고, 11월 29일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황정민), 최다관객상 등을 수상하며 천만 관객 돌파의 열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담아낸 과거의 비극이 단순한 기록으로 남지 않고, 지금의 현실로 재현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필자도 작년 12월 이곳에 <서울의 봄>에 대한 글을 남겼는데, 1년이 지나 이렇게 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영화가 소환한 과거, 현재의 질문을 던지다!

<서울의 봄>은 단순히 1979년 군사 반란을 재현한 역사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군사 권력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폭력으로 권력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두광(황정민 분)은 인간의 본성을 뒤흔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이태신(정우성 분)은 혼란 속에서도 원칙을 고수한다. 영화는 하룻밤 사이 민주주의를 짓밟은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이 영화는 단지 되짚어볼 과거를 담아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가 소환한 과거는 여전히 현재의 관객에게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반란 과정에서 인물들이 선택한 중립, 순응, 저항의 다양한 행동은 관객들에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오늘날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1년 전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과거와 현재는 하나로 이어졌다.

 

과거가 현실로, 영화는 시뮬레이션이 되다

그런데 모든 것이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관객들은 실제로 선택의 순간에 놓여버렸다. 영화 <서울의 봄>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오늘날을 대비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덕분에 나름의 준비와 대비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커진다.

사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이 된 영화는 <서울의 봄>만이 아니다. <1987>(장준환, 2017), <택시 운전사>(장훈, 2017),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2020)과 같은 작품들은 과거의 사건들을 생생히 소환하며 관객들에게 역사적 책임과 선택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왔다.

 

어쨌든 영화로나 보게 될 줄 알았던 일이 벌어졌다. 현재, 관객이자 대중, 시민들은 이 영화들을 통해 고민하며 간접 체험한 선택과 행동을 현실에서 직접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입장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참여할 것인가? 따를 것인가? 폭로할 것인가? 대항할 것인가? 함께할 것인가? 우리가 맞이한 선택의 상황은 다양하다.

 

추억으로 남기를 희망하며

그럼에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서울의 봄> 속 1979년 군사 반란 당시와 달리, 오늘날 정보의 흐름은 이제 다르다. 게엄군의 국회 진입 과정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과거처럼 신문사와 방송사 몇 곳만 통제한다고 대중의 시선을 가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물론, 정보의 과잉은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은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연대하며 행동하는 힘을 키워왔다. 이는 분명히 과거보다 유리한 환경이다.

1년 후, <서울의 봄>과 지금의 시간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민주주의를 지켜낸 상징으로 추억되길 바란다. 예상치 못했던 시뮬레이션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도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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