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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오징어 게임>에서 <백 투 더 퓨처>까지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오징어 게임>에서 <백 투 더 퓨처>까지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1.11.15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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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성, 접근성, 시공간성, 그리고 쌍방향성에 대하여

지난 2월 <새해전야>(홍지영, 2020)에서 <해피투게더>(왕가위, 1997), <편지>(이정국, 1997) 등을 거쳐 <하나비>(기타노 다케시, 1997)까지 영화에서 영화로 이어지는 영화 잇기를 했더랬다. 마치 끝말잇기처럼 영화 잇기를 했던 기준은 다른 영화를 연상시키는 내용, 개봉 연도, 이슈 등이었다. 

오랜만에 영화 잇기를 해볼까 하는데, 이번에는 영화와 드라마 구분 없이 떠오르는 영화나 드라마, 키워드 등을 더 자유롭게 이어보려 한다. 첫 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9부작 <오징어 게임>(황동혁, 2022)이다.

 

<오징어 게임> 포스터

- <오징어 게임>, 세계 1위

<오징어 게임>은 2021년 9월 19일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된 직후, 세계 1위에 올랐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넷플릭스가 진출한 190여 개 국가 중 미국을 비롯해 90여 개국에서 ‘오늘의 Top 10’에서 1위에 올라, 넷플릭스 TV쇼 세계 순위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2021년 11월 13일 현재에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세계 순위를 집계하거나 발표하지 않는다. 구독자는 자신이 구독하는 국가의 ’오늘의 Top 10’만 확인할 수 있다. 그마저도 조회 수 등 수치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국내에 전해진 세계 1위 소식은 각 국가의 ‘오늘의 Top’을 확인해 순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총합으로 세계 영화 순위와 TV쇼(드라마 등) 순위를 각각 매겨 공개하는 사이트를 참고한 것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넷플릭스 이외에 HBO맥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등 OTT별 순위도 집계해서 공개하고 있다.)

각국의 넷플릭스 구독자 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많은 국가에서 다른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의심하거나,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다. 혹은 인기의 이유를 단순화시켜 찾아보려는 것도 아니다. <오징어 게임>과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고 확대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세계 1위’ 혹은 ‘세계적인 인기’에 매우 열광한다는 것이 새삼 흥미롭다는 것이다.

 

- <승리호>, <스위트 홈>, <킹덤>, 보편성

<오징어 게임> 이전에도 넷플릭스 세계 1위 소식이 전해진 영화가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개봉을 미루던 <승리호>(조성희, 2021)가 2021년 2월 5일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된 직후 한동안 같은 사이트 통계 기준, 세계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했었다. 당시 약 30여 개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에서 1위를 하면서 높은 총점을 기록했다.

 

<승리호> 스틸

그보다 앞서 <스위트 홈>(이응복, 2020)도 같은 사이트의 순위 소식이 전해졌었다. <스위트 홈>은 10여 개 국가 ‘오늘의 Top 10’에서 1위에 올랐고, 미국에서도 3위까지 올라가 주목을 받았다. <킹덤> 시리즈는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에 처음 진입한 한국 콘텐츠로 화제가 되었는데, 사극인데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당시 갓의 인기 등이 소개되기도 했었다.

그 밖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경우,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주 해외 시장이었던 아시아 국가의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는 꽤 많다.

여러 OTT 중의 하나인 넷플릭스 상의 인기라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 영화나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건 분명해 보이고, 이건 공감 형성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보편성’이라는 게 작동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 보편성과 접근성

한국 사람의 이야기가 해외에서도 통할만큼 보편적이라는 게 이상할 수도 있다. 국가나 문화, 개인의 취향에 따른 세부적인 차이도 존재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와 공감의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인간적 본성과 관련이 있다고도 하고, 자주 접하며 적응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아무리 콘텐츠가 보편성을 확보했다 해도, 쉽게 혹은 자주 접하지 못한다면 보편성을 확인하긴 어렵다. 소위 ‘문화적 할인율(Cultural Discount)’이 작동하기 때문인데, 보편성만큼이나 접근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접근성이 인터넷 기반 OTT와 SNS 등을 통해 개선되고 있다.

 

- 인터넷, OTT, SNS, 그리고 스마트폰

20세기 매스 미디어 폭발 시기를 거치며, 세계 각국의 문화적 경계는 많이 흐려졌다. 코카콜라, 나이키 운동화, 아이폰부터 마블 영화까지 세계인이 공통으로 사용하거나 즐기는 것들도 매우 많다. 다만 소위 선진국의 일방적 영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21세기 인터넷 통신이 확대되면서 양상이 더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방식이라면 누군가 영화나 드라마의 판권을 수입해, 개봉관을 잡거나 TV 채널의 편성을 따야 국경 너머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닿을 수 있었지만, 존재 방식 자체가 국경을 초월한 인터넷 기반 OTT의 등장으로 그 과정이 매우 단순해지고 있다. 또한 SNS를 통한 새로운 방식의 소통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OTT와 SNS라는 국경을 넘는 플랫폼, 그걸 가능하게 한 인터넷이라는 통신매체, 거기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플랫폼에 수시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폰 등도 우리 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의 주요 배경이다.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보편성과 작품성을 확보한 우리 콘텐츠가 더 넓은 지역에서 너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담아내고 있는 내용이나 이를 표현하는 형식에 비해, 너무 당연해서 덜 언급하고 있지만, 이런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마셜 매클루언이 했던 유명한 이야기를 빌자면, 세상이 바뀐 건 특정 상품(콘텐츠) 때문만이 아니다. 그 상품을 하루 안에 여러 곳으로 실어 나른 증기기관차(미디어)의 역할도 평가해야 한다.

한편 미디어 환경이 인터넷 기반 환경으로 바뀌면서, 영화나 드라마가 지니던 외적인 시간성과 공간성도 달라졌다. 정해진 상영시간표나 방송 편성표라는 시간을 비롯해 스크린이 있는 영화관이나 TV가 있는 거실이라는 공간에 구속되지 않게 되었다.

 

- 시간성과 공간성, <백 투 더 퓨처>, 쌍방향성

영화에서의 시간성과 공간성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되는 개념이다. 2시간 안팎의 상영 시간에 더 긴 시간을 담을 수 있고, 편집을 통해 시간을 건너뛸 수도 있다. 더불어 화면 구성을 통해 선택된 공간만 스크린에 보여주고, 편집 등을 통해 순식간에 공간 이동도 한다. 사운드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공간을 상상하게도 한다.

또한, 과거나 미래로의 이동도 가능하다. 마치 <백 투 더 퓨처>(로버트 저메키스, 1985)처럼 말이다. 한 차례 수입 금지 조치를 받고 1987년에야 개봉했던 이 영화는 당시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는 세계관이 꽤 파격적이었다. 이후 수많은 시간 여행 영화에 영향도 끼쳤다.

 

<백 투 더 퓨처> 포스터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타고 1985년 현재에서 1955년 과거로 돌발적으로 가게 되고, 1985년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힘들게 돌아온 직후 또다시 2015년으로 출발하면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이후 2편과 3편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시간 여행은 계속된다.

어느새 <백 투 더 퓨처>에서 미래였던 2015년은 과거가 되었다. 영화 속 2015년처럼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대세가 되지도 않았고, 타임머신이 개발된 것 같지도 않다. 2021년 11월 비록 과거나 미래의 어딘가로 여행하고 있진 못하지만, 인터넷 기반 글로벌 플랫폼 등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콘텐츠에는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콘텐츠 중 공간을 초월한 인기를 얻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자신감이다. 상대방을 너무 배려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해도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동안 자주 접하지 못했던 국가의 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그래야만 변화된 환경을 쌍방향으로 제대로 누릴 수 있고, 문화적 장벽 역시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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