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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추천도서
1월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추천도서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승인 2023.12.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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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14호 『추리소설의 뤼미에르』
마니에르 드 부아르 편집진 지음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멋진 탐정을 꿈꿔봤을 것이다. 만일 내가 명탐정이라면,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미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말이다.

막대한 정보력과 물리력을 갖춘 국가권력은 만능 해결사처럼 보이지만, 정보의 독점이나 무능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을 어지럽히기 십상이다.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국가권력은 스스로 범법행위의 당사자로서 진실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때론 범법행위자들의 긴밀한 공모자로서 진실규명을 위해 일하는 이들의 노력을 무산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국가 공권력이 무력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은밀하게 찾아가는 곳이 사설탐정이다(우리나라에서는 사설탐정 도입을 놓고 논의만 몇 년째 진행 중이다). 탐정소설에서 비상한 추리력과 돌파력을 갖춘 사설탐정이 아무리 어려운 사건이라도 멋지게 해결하는 대목을 읽으면, 무릎을 치며 감탄하게 된다. 추리문학은 흔히 미스터리문학이나 범죄문학이라고도 한다. 추리문학은 프랑스에서는 흔히 ‘폴라르’(Polar)라고 통칭되고, 영미권에서는 ‘탐정 픽션’(Detective Fiction)이나 ‘탐정소설(Detective Novel)’로 불린다.

흔히 에드거 앨런 포우의 작품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이 추리소설의 출발로 평가되며, 추리문학이 하나의 장르로 정립된 것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부터라고 한다. 다만, ‘추리’라는 인간의 사고가 인간의 역사만큼 오래 존재해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추리 내용이 가득한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추리문학의 원조라는 의견도 있다. 오이디푸스가 추리를 통해 자신의 출생 비밀을 파헤치는 구성이 추리문학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초창기 영미권 탐정소설은 급격한 도시화가 초래한 사회 치안의 불안 속에 경찰도 손을 못 대는 복잡미묘한 사건을 놀라운 추리력으로 해결하는 슈퍼히어로 같은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단편 중심의 에피소드로 시작했다가 1920년을 전후로 장편 추리소설들이 속속 발간됐다.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 반 다인, 엘러리 퀸 등을 선두주자로 하는 장편 걸작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근현대 사법체계가 빠르게 자리를 잡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립 탐정들의 ‘초현실적’ 추리력에 현실성 결여의 비판이 일고, 이후 탐정소설은 스파이 소설이나 CSI 등 보다 논리적인 ‘전문가형 소설’로 진화돼 왔다. 하지만 평론가들 사이에 추리소설이 기존의 독창성을 잃으며 문학장르로서의 정통 추리문학이 쇠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추리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추리력과 그를 지탱하는 논리력이다. 하지만 명징한 과학성이 지나치게 요구되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무뎌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추리소설이 의학처방전이나 정보통신 설명서, 판결문처럼 논리적 문체로만 구성된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답답할까? 하지만 이런 류의 추리소설이 복잡한 현대를 살아야 하는 독자들의 취향이라면? 추리문학의 ‘화려한’ 변신에 비평을 할 수 있을지언정 비판을 가하긴 곤란할 것이다.

출판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추리문학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번 <마니에르 드 부아르> 14호의 『추리소설의 뤼미에르』 편에서는 세계적인 평론가들이 추리문학의 매력과 가치, 현실 속 범죄와 추리문학의 조합, 국가권력의 횡포에 대한 추리문학의 기록에 관한 글을 기고한다. 추리문학의 도발성에 매혹되기를 원하는 이들, 삶의 무미건조함과 삭막함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민주화에서 통일까지: 김종채의 학문적 구도와 실천적 삶』
김종채 지음 | 르몽드 코리아

서울대 사회대평론 편집실에서 김종채 박사의 작고 1주기를 맞이해, 그의 사회적 평론과 개인적 기록, 추모의 글들을 담은 유고집이다. 한국사회 내부의 문제부터 환경과 평화라는 지구촌 전체의 문제까지 고민하면서,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했던 김종채 박사의 삶은 쉼 없는 학문적 정진과 실천적 행동의 기억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다정한 내가 좋다』
원은정 외 2인 지음 | 착한책가게

영화 속 이야기와 함께 인문학적 질문을 건네며 ‘나’에 대해 탐구하고,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주는 책이다. 존중, 공감, 인권 등을 주제로 영화 주인공이 펼치는 모험과 성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유년기에 가질 법한 호기심과 다양한 질문을 끌어내고, 자신만의 질문과 답을 찾아가도록 한다.

 

<녹색평론> 2023년 겨울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세계 도처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과 분쟁에 대해, 산업자본주의에 내재된 식민주의-제국주의의 관점에서 조망했다. 적극적 평화, 진정한 평화를 희구하며 전쟁의 부조리와 고통을 기록해온 노벨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학습하는 직업』
유재연 지음 | 마음산책

AI 업계의 현실을 알려주면서도 희망을 주는 책. 사회적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 AI 분야 파트너로 일하는 유재연 저자의 첫 산문집이다.  AI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가운데, 저자는 AI 기술을 성실히 탐구하면서 ‘선한’ 활용의 가능성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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